분기 사상 최대 영업익 등 실적 개선 소식 잇따라6개사 수주잔액 '156조'… 전년 대비 5.47% 줄어곳간 비는 속도 빨라… "먹거리 확보 온 힘 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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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의 한 재건축 사업지. ⓒ성재용 기자
상장 대형건설사들의 어닝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줄어드는 해외손실과 지속적인 국내 주택에서의 이익으로 '온기'가 돌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현대산업개발도 1분기 기준 최고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웠다. 다만 늘어나는 매출에 비해 곳간이 비어가는 속도가 빠르다보니 먹거리 확보에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 등 6개사의 1분기 매출액은 15조1451억원, 영업이익은 1조1025억원을 각각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14조7340억원)은 2.79%, 영업이익(7760억원)은 42.0% 각각 증가한 수치다. 지속적으로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은 해외 손실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국내 주택 부문의 매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익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6개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GS건설은 매출 3조1275억원·영업이익 38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5.7%, 영업이익은 560% 증가했다. 특히 16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영업이익의 경우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GS건설 측은 "매출이 40% 이상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플랜트 부문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주택 부문도 안정적인 개선세를 더하면서 호성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전날 잠정 실적을 발표한 현대산업개발도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대산업개발은 매출 1조4261억원·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25.8%, 영업이익은 10.2% 증가했다. 국내 주택가격 상승 및 신규분양 성적 호조 등의 영향으로 호실적을 거뒀다는 것이 현대산업개발 측 설명이다.
삼성ENG의 경우 매출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철저한 프로젝트 점검과 관리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영업이익은 개선됐다. 삼성ENG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24.7% 감소한 1조2175억원이며 영업이익은 76.6% 증가한 212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ENG는 우려가 있던 2개 현장(이라크 바드라·UAE CBDC)이 상반기 말 전후로 종료되면 수익성 정상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대우건설·대림산업(이상 26일), 현대건설(27일) 등은 아직 잠정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손실을 선반영한 대우건설의 경우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모로코 등 현안 프로젝트에서 추가 원가가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영업이익은 다소 보수적인 수준에서 추정됐다.
대우건설의 시장 예상치는 매출 2조6770억원·영업이익 1440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4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4.8%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림산업은 매출 2조6400억원·영업이익 1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 손실 가능성이 낮은데다 YNCC 지분법 이익이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화 부문의 경우 유가 상승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해외 매출 감소로, 매출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개별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케이스가 아닌 만큼 수익성은 타 건설사에 비해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시장 예상치는 매출 4조570억원·영업이익 242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76%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5.67%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국내 주택 부문에 해외 부문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되면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세도 본격화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보여준 이슈는 해외 프로젝트가 관성적인 손실 처리를 넘어 일부 환입으로 이어진다면 예상보다 양호한 해외 부문 실적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 "추가적인 손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존 준공 프로젝트에서 환입이 시작될 경우 합산 손실은 추정치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국내 주택 부문 수익성이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해외 부문이 예상보다 개선될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악성 프로젝트 대부분이 상반기에 종료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실적 증가세가 머지않아 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이들 6개사의 수주잔액은 모두 156조원으로, 전년 165조원에 비해 5.47% 줄어들었다. 대림산업이 20.1% 감소했으며 △대우건설 -12.9% △GS건설 -7.44% △현대건설 -0.32% 등이 줄어들었다.
이 기간 연간 매출액 대비로는 3.32배에서 2.99배로 줄어들었다. 매출액 증가율 4.83%가 수주잔액 감소율에 못 미치면서 먹거리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대림산업이 3.18배에서 1.95배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3년 이상 먹거리를 남겨뒀었으나, 이제는 2년도 채 안 되는 물량만 남은 것이다. GS건설·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 등도 연간 매출액 대비 수주잔액 규모가 감소했다.
올해 수주실적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6개사의 1분기 해외수주 실적은 36억달러로, 지난해 40억달러에 비해 10.0% 줄어들었다. 대림산업이 99.5% 감소했으며 △현대산업개발 84.2% △현대건설 28.1% △대우건설 19.6% 등도 줄어들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 경기 침체로 도급 사업은 물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역시 어려워 국내 주택시장에서 신규수주가 쉽지 않다"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발주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중동 국가들의 재정 상황이 급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외수주 증가 역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SOC 예산 감소와 주택 경기 둔화, 해외 발주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건설업을 지탱하는 주택과 토목, 해외 부문 모두 반전을 꾀할 이렇다 할 요인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진행 중인 국내 주택 부문 매출이 이어지는 올해까지는 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그 이후는 낙관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