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4조원 규모에서 2016년 112조원으로 연평균 13.7% 증가"대기업보다 투자 여력 증가세 강해… 투자 확대 유인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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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여력을 의미하는 현금성 자산이 중소기업에서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는 뒷걸음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당근을 제시해 투자를 촉진,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0일 재정포럼 최근호에 게재한 '기업의 사내유보, 현금성 자산 그리고 투자행태 추이와 시사점'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여력을 파악하기 위해 2000년과 2016년 현금성 자산 보유 변화를 살폈다.

    현금성 자산이란 현금 및 현금등가물, 단기투자증권, 단기금융상품, 단기대여금의 합계를 의미한다.

    전체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2000년 127조원 수준에서 2016년 575조원으로 연평균 9.8% 성장했다. 이 기간에 4.5배로 불어난 것이다.

    현금성 자산은 의외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00년 113조원 규모였던 대기업 보유 현금성 자산은 연평균 9.2%씩 증가해 2016년 463조원이 됐다. 4.1배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2000년 14조원 규모였다가 2016년 112조원으로 연평균 13.7% 늘며 7.8배가 됐다.

    기업당 평균을 봐도 중소기업의 증가세가 대기업보다 강했다.

    기업당 평균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00년 123억원에서 2016년 261억원으로 2.1배가 됐다.

    이 기간 대기업 기업당 평균은 468억원에서 1천166억원으로 2.5배, 중소기업은 18억원에서 61억원으로 3.4배 수준으로 각각 불어났다.

    중소기업의 현금성 자산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더 빨라졌다.

    2009∼2016년 중소기업 평균 현금성 자산 증가율은 6.9%였으나, 2012∼2016년은 9%로 최근 들어 더 높아졌다.

    매출액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은 2000년 16.1%에서 2016년 19.7%로 늘고,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14.2%에서 21.7%로 뛰며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오히려 둔화한 점을 우려했다.

    중소기업의 2005∼2010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9.9% 수준이었다가 2010년 이후 -0.4%로 10.3%포인트나 떨어졌다.

    대기업도 7%포인트 떨어졌지만, 감소 폭이 중소기업이 더 컸다는 점을 보고서는 주목했다.

    보고서는 112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전체 현금성 자산의 3%만 투자되더라도 2016년 기준 국민 계정상 총고정자본의 0.7%, 민간 설비투자의 2.8%만큼 추가 확대가 예상되며 이는 국민총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도 일정수준 투자 여력이 있으며 경제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며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대상에 중소기업도 포함해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과세 정도를 완화하는 등 투자 확대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최근 수년 동안 우리 사회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증가를 투자 축소로 오해해 왔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23일 시민단체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사회변혁노동자당이 기자회견을 열고 "30대 재벌 그룹 사내유보금이 약 883조원에 달한다"면서 사내유보금을 일부라도 노동자를 위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보고서는 "사내유보금 전체를 기업의 투자 가용 재원이라고 볼 수 없으며, 여기에는 이미 투자됐거나 투자가 진행 중인 금액이 포함돼 있어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는 부적절하다"며 "현금성 자산과 같게 생각하는 오해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