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5개사 부실사업장 준공 도래… '매출-영업익' 제자리 찾아가실적 개선세 본궤도 탈환 불구 해외 신규 수주 '텅텅'中, 저가 공세 이어 기술력 갖춘 '일본-유럽' 환율 경쟁력 갖춰
  • ▲ 자료사진. 말레이시아 만중5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대림산업
    ▲ 자료사진. 말레이시아 만중5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대림산업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해외 부실사업장 준공이 도래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주가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나마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있긴 하지만 발주국 재정상태가 올라오지 않은데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암초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 5곳의 악성 해외공사 현장 대부분이 올해 준공될 예정으로, 해외현장에서 본격적인 수익 정상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의 경우 5개사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UAE 미르파 담수 복합화력발전소, 싱가포르 소각로, UAE 사브 해상원유처리시설 공사 등 해외 대형공사가 공정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매출액이 14.5%, 영업이익은 10.4% 각각 줄어들었다.

    A금융투자증권 건설담당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서 현대건설이 대형사 중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면서도 "해외 대형현장의 준공과 착공이 맞물리면서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재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은 가장 대표적인 부실사업장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플랜트와 알제리 RDPP 플랜트가 내년 초에는 끝날 예정이다. 카타르 오비탈고속도로 사업과 모로코 사피 IPP 사업도 현재 공정률 70~80%대로 상반기 중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우건설은 2016년 4분기 해외사업 부실을 한 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지난 1월 모로코 사피 발전소 공사현장에서 시운전간 사고가 발생해 돌발성 악재에 휘말렸지만, 이에 대한 충당금 3000억원을 지난해 실적에 선반영해둔 상태여서 올해 실적과는 무관할 전망이다.

    GS건설의 경우 그동안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았던 사우디아라비아 PP-12 복합화력발전소, 쿠웨이트 Wara 프로젝트 등이 연내 끝난다. GS건설은 특히 국내 주택 부문 실적이 견고한 가운데 해외 저마진 현장에서의 충당금 환입으로 해외 부문의 이익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림산업도 대규모 손실이 있던 플랜트 공사 현장은 2016년 종료됐고, 사우디 공사현장 중 남은 곳은 잔액이 적서 손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해외 현장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1분기를 기점으로 건설사에 대한 실적 신뢰도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실적 개선세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신규수주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 들어 5월2일까지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신규수주액은 모두 122억달러로, 2006년 164억달러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수주액을 기록한 2016년 같은 기간 125억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16년 연간 신규수주액은 281억달러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하회했다.

    수주건수도 2012년 193건 이후 가장 낮은 208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2건보다 14.0% 감소했으며 진출업체(272→266개), 신규 진출업체(29→22개)도 줄어들었다.

    2년 연속 300억달러 수주에 실패한 2016~2017년의 기록을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신규수주가 줄어들면서 대형사들의 수주잔고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5개사의 잠정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분기 기준 이들의 해외 수주잔액은 모두 63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72조원보다 12.1%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수주잔액은 198조원에서 191조원으로 3.67% 줄어드는데 그쳤다.

    GS건설이 29.9% 감소하면서 5개사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대우건설 29.7% △삼성물산 20.8% △현대건설 1.25% 등 대림산업 4.22%를 제외한 4개사 모두 줄줄이 하락했다.

    이처럼 해외수주 가뭄이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 성장세 둔화 등이 꼽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저유가 지속에 따른 중동 지역 발주량 감소가 꼽힌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에 타격을 입은 중동 산유국들이 대부분 인프라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올 들어 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년간 누적된 재정 부담 탓에 선뜻 공사 발주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정세도 불안하다. 2011년 시작한 시리아 내전은 8년째 계속되고 있고, 주요 산유국인 이란은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 뒤에도 미국과 힘겨루기를 지속하면서 달러화 결제 등의 문제에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중동지역 수주액은 3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억달러에 비해 55.7% 급감했다. 대개 연초와 연말에 수주 계약이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중동시장 수주액이 100억달러를 밑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지역 연간 수주액은 2007년 228억달러, 2009년 357억달러, 2010년 472억달러 등 해마다 연간 400억달러 안팎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로는 100억달러 언저리에 머물러있다.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에서는 "해외수주 전성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함께 기술력이 우수한 일본과 유럽 업체들이 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 신흥국 중대형 프로젝트 수주 여부가 기술시공력이나 가격경쟁력보다 금융조달능력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금융약정 협상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중동에서 어렵게 일감을 따내더라도 이후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중국수출입은행·중국수출보험공사를 통해 전폭적으로 자국 건설사에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며 "과거 같으면 당연히 우리가 따낼 프로젝트도 중국에 빼앗기는 사례가 많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토교통부가 6월 설립 추진 중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대한 업계 기대감은 크지만, 2000억원에 불과한 초기자본금으로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공기관 차원의 금융보증이 확대돼야 수주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에 직면했다. 오는 7월부터 바뀌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기업들은 해외 건설현장에서 인력 관리에 따른 공사비 절감과 공사기간 준수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고, 이는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공사품질 저하,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