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 명시적 청탁·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명시1심 판결문, 신동빈 회장 명시적 청탁 인정 안해재판부 “검찰, 간접증거 종합해 신동빈 회장 혐의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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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항소심 병합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문에 명시된 내용과 달리 공소장에는 사실과 다른 2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
2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항소심과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형사8부는 지난달 신 회장이 받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했고, 이날 합쳐진 사건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신동빈 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혜광 변호사는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면세점 신규추진에 대해 명시적으로 청탁을 했고, 대통령이 롯데의 편의를 봐줬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했다”며 “하지만 1심 판결문에는 신 회장이 명시적 청탁을 하지 않았고, 정부가 롯데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혜광 변호사는 1심에서 ‘명시적’이 아닌 ‘묵시적 청탁’이라는 논리가 인정됐는데, 검찰이 이를 뒤집는 전제를 공소장에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공소장 일본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만을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예단을 가져올 수 있는 내용 등을 첨부하거나 인용할 수 없다는 것.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검찰은 이날 신동빈 회장 측의 공소장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신동빈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입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해 주요사실을 추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도 인지하는 것처럼 현재 ‘명시’와 ‘묵시’를 가르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검찰은 간접 증거를 활용해 신동빈 회장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판 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증인신문 등은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한 공판준비기일이 끝날 때까지 제출되거나 언급되지 않았던 증거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판 중에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이후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건을 먼저 진행한 후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건을 재판할 계획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등을 감안해 경영비리 건을 우선적으로 심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