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전 행장 vs 김태오 전 사장…10일 최종후보 확정두 후보 모두 30여년 경력 금융맨, 대구·경북 인연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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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압축된 두 후보 모두 대구·경북 지역과 인연이 깊은 만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4일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0일 심층면접을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한다.전날 임추위는 서류심사에 통과한 예비후보 6명에 대한 1차 면접을 진행했으며,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과 김태오 전 하나HSBC생명 사장이 막판 대결을 펼치게 됐다.DGB금융 내부직원들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도 외부인사 선출에 대해 이견이 없다. 다만, 중량급 인사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지난해부터 비자금 조성, 성추행, 채용비리 등 각종 사건사고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조직 쇄신과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되길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다.특히 지방지역 금융권의 경우 지역 내 인맥 형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두 후보에 대한 출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경섭 전 행장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달성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를 졸업했고, 김태오 전 사장은 경북 왜관 출신으로 경북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DGB금융 및 대구은행 이사회 내 사외이사 3명의 경우 이경섭 전 행장과 같은 경북대 출신이다.경북고는 DGB 텃밭이라고 할 만큼 역대 대구은행장 11명 중 4명이 김태오 전 사장과 동문이다. 김준성 1대 행장, 이상경 5대 행장, 홍희흠 6대 행장, 김극년 8대 행장 등이 이에 해당된다.경북고는 박인규 전 회장이 나온 대구상고와 오랜 앙숙 관계이기도 해 힘 빠진 대구상고 자리에 경북고 인맥이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일각에서는 이같은 학맥 인맥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출신 상관 없이 능력 위주로 조직을 이끌어갈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과 경험으로만 본다면 30년 이상 은행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은 금융맨이라는 점이 두 후보의 공통 분모다.이 전 행장은 지난 1986년 농협에 입행해 2008년 농협중앙회 부속실장, 2011년 농협중앙교육원장, 2013년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2014년 농협금융 경영기획본부 부사장 시절에는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좋은 성적을 일궈냈다. 농협 내 전략기획통으로 불리던 그는 굵직한 현안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능력을 인정받아 2016년 3대 농협은행장에 취임했다.은행장이 된 후에는 조선·해운업 부실로 위기에 빠진 은행을 단기간에 정상화시키고 최대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현직 경험과 검증된 경영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하지만 농협은행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시금고와 공공기관 및 기업 유치 경쟁을 놓고 대구은행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 CEO를 수장으로 앉힌다는 거부감이 든다는 게 단점이다.이에 맞서는 김 전 사장은 지난 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2005년 하나은행 부행장보와 2008년 하나금융 부사장, 2009년 하나은행 부행장을 거쳐 2012년부터 2년간 하나HSBC생명 사장을 역임했다.김 전 사장은 은행장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가계영업기획본부, 카드본부, 인사전략 및 홍보, 고객지원그룹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을 넓혔다.특히 영업통으로 알려진 그가 하나은행 시절 대구경북지역본부장과 영남사업본부를 맡아 경북 영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부출신 새 CEO가 자리하게 되면 해결해야 할 굵직한 현안이 쌓여있는 만큼 혁신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장과 은행장의 역할 관계 정립도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대구은행도 오는 11일 예비후보 6명에 대한 1차 면접을 진행한다. 차기 회장 후보가 확정된 다음날 면접이 진행되는데, 통상 행장보다 회장을 먼저 선출하지만 행장 선출에 회장 의중이 참고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