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말 할 형편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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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 이승호 사장이 사퇴할 뜻을 국토교통부에 전했다.
국토부는 이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의 통합 논의를 앞두고 국토부와 코레일이 반대 목소리를 없애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이 최근 국토부에 물러날 뜻을 전했다.
이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의를 표명한 건 맞다"면서 "그 밖에 다른 말은 할 형편이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SR 설명으로는 이 사장은 후임 사장이 정해질 때까지 계속 출근해 업무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SR 한 관계자는 "사장 인선이 하루이틀 만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그동안 열차는 안전하게 운행해야 하므로 자리를 당장 비울순 없다는 (이 사장) 견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장이 지난주 말이나 이번 주 초쯤 (국토부에) 물러날 뜻을 전했을 것"이라고 했다.
철도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이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토부는 올 초 SR이 형식상 주식회사에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사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R 정관에 대표이사 추천권을 코레일만 행사하도록 못 박고 있다는 점이다. 정관을 바꾸지 않는 한 코레일이 최대주주는 아니어도 추천권을 독점하는 것이다.
코레일과 SR 통합 논의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민감한 시기에 코레일 입맛에 맞는 인사가 통합 대상인 SR 사장에 낙하산으로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철도업계에서는 국토부가 통합논의를 위한 연구용역 발주 이후 부쩍 늘어난 통합 반대론의 배경에 이 사장이 있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 사장 솎아내기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SR이 이미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마당에 이 사장 사퇴와 코레일의 대표이사 추천권이 통합 논의의 핵심인 객관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공식적으로 정부 방침과 통합 논의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해왔고, 통합 논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사장 사퇴를 요구한 것은 통합으로 결론을 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없애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누가 국토부가 내는 결론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