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그로서란트' 돌며 철저한 시장 조사 나서"한국 PK마켓과는 다른 콘셉트 될 것, 향후 호주, 유럽 시장 진출도 검토"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


    "내년 5월까지 무조건 미국에 PK마트 1호점을 열 것입니다. 이마트요? (미국에서) 경쟁력이 없어요. 현지인들이 좋아할 아시안 식품 콘텐츠로 외국 업체와 경쟁해야죠." 

    신세계의 미국 시장 진출이 앞으로 1년 남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세계의 주력 브랜드인 '이마트' 대신 신규 브랜드인 'PK마켓'으로 미국 진출 승부수를 띄웠다. 한국형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현지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냉철한 판단 때문이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 PK마켓 1호점의 성공을 위해 전세계 유명 그로서란트와 레스토랑을 돌며 철저한 시장 조사에 몰두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개인 인스타그램에 시장 조사 현황을 간간이 올리며 미국 PK마켓 1호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한국에서 PK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이 미국 PK마켓 1호점은 한국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힌만큼 업계의 이목도 집중돼 있다.

    정 부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그로서란트'는 '그로서리(grocery, 식재료)'와 레스토랑(restaurant, 식당)'이 합쳐진 신조어로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즉석 요리도 즐길 수 있는 형태의 복합 공간을 의미한다. 

    채소와 육류, 생선과 같은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한 뒤 전문 셰프에게 조리를 맡기면 고급 식당 부럽지 않은 맛있고 훌륭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기있는 식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 ▲ (좌)미국 뉴욕 '브루클린 페어', (우)해외 한 그로서란트 매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
    ▲ (좌)미국 뉴욕 '브루클린 페어', (우)해외 한 그로서란트 매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은 최근 시장 조사를 위해 미국 뉴욕 최고의 그로서란트로 꼽히는 '브루클린 페어(Brooklyn Fare)'와 덴마크 코펜하겐의 농장형 그로서란트 '노마 2.0', 뉴욕에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한식당 '꽃(COTE)' 등을 직접 방문한 뒤 소회를 남겼다.

    '브루클린 페어'는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며 예약하는 것 조차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테이블 좌석과 셰프들의 조리대가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 돼 있어 고객들은 셰프가 요리하는 과정을 직접 보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노마 2.0'은 덴마크 야생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로 유명한 르네 레드제피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전세계 미식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꽃'은 '그로서란트'는 아니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임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은 '브루클린 페어'에 대해 "Mysterious place(신비한 공간)"이라고 평했으며 '노마 2.0' 주방 현장을 동영상으로 남긴 뒤 "어느 주방의 역동적인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 ▲ 정용진 부회장의 회의 현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
    ▲ 정용진 부회장의 회의 현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은 그로서란트와 레스토랑 현지조사를 한 뒤 잠재고객 포커스그룹 인터뷰에도 직접 참여하고 아이디어 회의에도 적극 나서는 등 미국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전세계적인 식음료 트렌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무엇이든 본인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스타일"이라며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 신세계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만들 때도 정 부회장이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많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식음료뿐만 아니라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다음달 오픈 예정인 펀스토어 '삐에로쇼핑' 등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등 유통 트렌드를 선도하는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공언한 미국 진출까지 이제 1년 정도 남았는데 신세계로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부담이 클 것"이라며 "미국 업체들의 막대한 자본력과 시시각각 변하는 까다로운 소비자 트렌드 사이에서 PK마켓이 얼마나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의 사업 감각과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선별 능력은 업계 모두가 탁월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한국과는 다른 콘셉트의 PK마켓을 미국에 선보이겠다고 한 만큼 어떤 기발한 매장이 탄생하게 될 지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LA의 대표적인 부촌인 비버리힐스에 PK마켓 1호점을 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비싼 임대료 때문에 무산됐다. PK마켓 1호점은 LA 근교에 문을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PK마켓은 현지인들이 좋아할만한 한식을 포함해 일식, 중식, 태국식, 인도네시아식, 트남식 등 아시안 토탈 푸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가진 외식 브랜드 노하우를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세계는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호주, 유럽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