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이 핵심, 형식 탈피한 디지털 환경 '환영'경청·학습·취미 등 통해 영감 얻어, 조직문화도 중요
  • ▲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
    ▲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

    "크리에이티브는 결국 '솔루션'이다. 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크리에이티브의 시발점이라고 본다."

    지난 31일 TBWA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남현우 CD는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크리에이티브는 모든 문제의 해결이었다. 친한 친구의 이성 문제부터 시작해 세상의 모든 문제의 해결을 도출하는 솔루션이 바로 크리에이티브라는 것.

    "(고민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대답과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있다. 그 중에서 생각지도 못했지만 실행해봄직한 솔루션이 바로 크리에이티브인 것 같다. 비즈니스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광고주가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우리가 듣고 풀어나가는 게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반문했다.

    ◆ 문제 해결에 형태는 중요치 않아

    남 CD는 "크리에이티브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사람의 문제를 풀기 위한 솔루션으로 기능해야 한다"며 "지금은 그걸 광고라는 콘텐츠를 통해 많이 하고 있지만 더 놀라운 방법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를 풀고자 하면 '15초'에 한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대림케어의 '제로: 정수기의 본질은 물' 편을 예로 들었다.

    해당 캠페인에서는 가상의 세계 최초의 라면 정수기 '라메니아 21'이 등장한다. 라면 봉지를 넣으면 라면의 종류를 구별하며 '퍼스널 라면 콘트롤'을 통해 조리예와 동일하게 라면을 조리할 뿐만 아니라 나무젓가락도 레이저를 통해 3분 만에 커팅해준다.

    2분47초 분량의 광고 중 2분20초 가량이나 할애해가며 '정수기의 미래'로 극찬한 최첨단 라면 정수기는 "그런데, 정수기가 라면까지 끓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카피와 함께 순식간에 부정해 버린다. '정수기의 본질은 물'이라며 남은 시간 동안 대림케어 직수형 정수기 '제로'를 소개한다.

    남 CD는 "치열한 정수기 시장에서 해당 제품이 '기본에 충실한 정수기'라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남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며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더 기막힌 정수기를 발명가적 방식으로 떠올려봤다. 그러다 보니 15초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것"이라며 "라면 봉지가 딱지처럼 접혀서 나오는 등 사람들이 (광고 영상을) 보게 만드는 아이디어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해당 광고 영상이 유머 동영상 모음으로 알아서 퍼지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그는 '광고'라는 형식에 구애 받기보다는 '문제 해결(솔루션)'에 집중했다. 솔루션 중심적으로 대응하는 그에게 디지털화 등 광고 환경의 변화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남 CD는 "'다들 왜 디지털이라고 난리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그는 "갈수록 광고의 영역이 확장돼서 매우 신나고 설렌다"며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내겐 왠지 우주로 나가는 기분"이라며 내심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최근 크리에이티브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그는 "나이키 등의 행보를 보면 협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이종 결합이 시작됐다"며 "이제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환경의 변화를 평가했다.

    ◆ "많은 이야기를 듣는게 중요"

    남 CD에게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는 "자기가 잘 아는 것만 광고할 수가 없다"며 "평생 그 분야의 일을 해온 광고주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귀 기울여 듣고,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보다는 귀가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며 "많이 들어야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생각을 경청하고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 문화도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 CD는 "사람들이 회사에 모이는 이유는 다양한 의견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회사는 웃음이 넘치고 분위기가 좋아서 신입사원들도 항상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말한다"고 귀뜸했다.

    휴식 시간에 즐기는 취미 활동도 그의 크리에이티브에 특별함을 더하는 요소다. 남 CD는 동적인 드라이브와 정적인 낚시라는 양 극단에 놓인 두 가지 취미를 즐긴다.

    그는 "저는 쉴 때는 일에서 가장 멀리 떠난다"며 "이 일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고 강남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취미들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말을 한 마디도 안 해서 좋다"며 "정반대의 삶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
    ▲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
    ◆ "독립 광고회사에서 일하니 매번 새로운 상대와 연애하는 기분"

    TBWA코리아는 국내 상위권에 드는 인하우스 종합광고대행사들과 달리 독립 광고대행사다. 독립 광고대행사이기에 갖는 어려움은 없을까.

    남 CD는 "저희한테는 '내년에 잘 하자'가 없다"며 "인하우스의 장점은 용서와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매번 새로운 상대와 연애하는 기분으로 일한다"고 언급했다.

    모회사의 광고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대기업 인하우스 광고대행사들과 달리, 독립 광고대행사인 TBWA코리아는 모든 광고 물량을 경쟁 PT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경쟁 PT에서 승패가 갈리는 요소는 역시 '솔루션'이다.

    그는 "독립 광고대행사가 살아남으려면 문제를 정확히 규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광고를 만들 때)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문제를 정확히 해결했느냐'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상당히 개성적인 인상을 가진 남 CD은 야성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전형적인 회사원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그는 '어쩌다 보니' 광고회사에 입사하게 됐다고 했다.

    남 CD는 "저는 원래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었다"며 "광고회사는 회사같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 대비 노동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수많은 업종의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크리에이티브가 광고뿐 아니라 패션, 건축, 디자인, 가구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
    ▲ 남현우 TBWA코리아 CD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