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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한달 앞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될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되고 있지만, 워라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곳도 있다. 주52시간 시행이 가져올 각 분야별 변화를 기획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일요일 저녁 10시.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재깍재깍' 한치의 오차없이 돌아가는 시계 바늘을 원망할 시간이다. 다음날 출근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제발 천천히 가라'고 기도까지 해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시계 바늘이 더 빨라진 느낌마저 든다.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주말이 한탄스럽기만 하다. 대한민국 직장인 대부분이 앓고 있다는 이른바 '월요병'이다.
하지만 A씨는 다르다. 금요일 저녁인 것처럼 여유롭다. 월요일 출근길에 대한 스트레스는 한치도 받지 않는다. A씨는 "일요일 저녁은 여유를 즐기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A씨가 일요일 저녁 10시임에도 이처럼 행동하는 건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주 35시간 근무제'. 월요일은 오전 근무 없이 오후 1시에 출근하면 된다. A씨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스타트업에 다닌다.
현재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인 O2O 스타트업은 음식주문·배달 O2O 서비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숙박 O2O 서비스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 소형가구 이사 O2O 서비스 '짐카' 운영사 다섯시삼십분, 인플루언스 마케팅업체 스마트포스팅, 셰어하우스 우주 등이 있다.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A씨는 보통의 직장인들이 '업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을 월요일 오전에도 여유를 만끽한다. 집 앞 카페에 들러 커피와 브런치를 먹으며 주위 풍경을 눈에 담기도 하고, 주말에 사람들이 붐벼 가기 꺼려졌던 장소를 호젓하게 거닐때도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A씨도 보통의 직장인처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대신 점심식사를 남들보다 30분 긴 90분간 즐긴다.
A씨는 자신의 회사가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쉬는 날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회사의 실적이 날로 좋아지고 있는 것도 A씨를 웃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신이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A씨는 근무하는 내내 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이다. 업무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고객을 위한 아이디어가 샘솟고 기업 생산성은 높아진다. 고객들도 "만족스럽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자긍심은 높아만 간다.
실제 위드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거래매출이 1400억원을 넘어섰고 업계 최다 숙박 정보 및 제휴점수, 순설치자수, 이용자수, 거래액 등 4개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며 '쿼드러플(quadruple)'을 달성했다. 지난 2월엔 사상 첫 매출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4월 여기어때를 선보인 지 2년10개월여만에 이룬 성과다.
우아한형제들도 지난해 영업이익 24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이는 지난 2015년 8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흑자 달성이다. 지난해 매출도 848억5026만원으로 전년 495억원보다 71.5%나 늘었다.
위드이노베이션과 우아한형제들뿐 아니라 다섯시삼십분, 스마트포스팅, 우주 등도 실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주는 2012년10월 1개에 불과했던 지점수가 지난해 12월 현재 84개로, 입주 계약수는 23명에서 1769명으로 뛰었다. 누적 입주신청자는 8000여명, 기존 입주자 재계약률 75%, 평균 공실률 7%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A씨는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행복한 직장생활은 나비효과처럼 커져 구성원뿐 아니라 회사도, 고객도 모두 웃게 만든다"며 "압축적으로 일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 여가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더 많은 회사가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