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장기 미접속 아닌 고객에 '정보 파기' 안내고객센터 문자 발송오류 인정…사과 공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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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는 지난달 28일 카카오뱅크로부터 받은 문자(MMS)로 당혹감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장기간 카카오뱅크 앱에 접속하지 않아 가입 정보가 파기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기 때문. A씨는 꾸준히 카카오뱅크를 이용해왔던 터라 계좌에 넣어둔 돈이 없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돼 부랴부랴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문자가 잘못 전송됐다는 황당한 말이었다.이처럼 최근 정보 삭제 안내 문자를 받은 고객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인터넷전문은행 2호인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고객 계정 삭제 논란에 빠진 것이다.A고객이 받은 문자를 보면 "장기간 카카오뱅크 앱에 접속하지 않아 7월 28일 이후 회원님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등 회원님의 가입 정보가 파기될 예정입니다"라고 쓰여있다.덧붙여 파기 이후 기존 정보를 통한 로그인이 제한되므로 7월 28일까지 카카오뱅크 앱을 실행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은행 링크가 걸려있다.카카오뱅크를 꾸준히 이용해온 고객 입장에선 스팸 문자로 오인할 수 있는 상황인 데다가, 로그인 계정과 함께 계좌 속 잔고도 없어진다는 불안감에 마주하게 된 셈이다.해당 문자는 카카오뱅크가 오는 27일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장기 미접속자에 대한 정보 삭제 안내를 위한 것이다.카카오뱅크의 경우 예금 잔액이 1만원 미만이며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는 계좌의 경우 지급중지 계좌로 변경해 따로 관리한다.하지만 해당 대상이 아닌 일반 고객까지 정보 삭제 고지를 하면서 사건을 키웠다.카카오뱅크 고객센터는 고객들의 민원에 일일이 '문자 오발송'이란 안내와 함께 문자를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아직 홈페이지 내에는 어떠한 사과 공지도 없는 상태다.이는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일으킨 NH저축은행의 행보와도 비교된다.NH저축은행은 최근 고객 28명에게 통지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정상 고객 2만972명에게 상환 독촉안내를 오발송했다.이후 NH저축은행은 사과 문자를 고객에게 보내고 문자 발송 오류에 대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또 개별 고객에 대한 아웃바운드 콜을 비롯해 관련 부서의 전사적인 대응으로 고객 민원 최소화에 나섰다.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뒤에도 사건을 감추기 바쁘다.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문자 오발송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해당 고객은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거나 휴대폰 및 번호를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객 탓으로 돌렸다.그러나 카카오뱅크 고객센터는 "계정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문자를 잘못 보낸 것이다. 카카오뱅크 앱에 로그인만 해도 장기 미접속 신고는 해지된다. 해당 문자는 삭제하면 된다"고 안내했다.일각에선 카카오뱅크가 장기 미접속자를 걸러 내는 과정에서 고객 숫자가 줄어드는 걸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217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 넉 달 동안 신규 고객은 77만명에 그쳐 이전과 같은 흥행은 없었다.업계 관계자는 "장기 미접속자는 대부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호기심에 가입한 고객일 것"이라며 "실제 사용해 보고 일반 시중은행 모바일뱅킹과 큰 차이를 못 느낀 고객들의 이탈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