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법률자문하며 면허취소 어렵다 확인… 비난 피하려 은폐했나 의혹도
  • ▲ 아시아나항공.ⓒ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아시아나항공에서도 항공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외국인 등기이사의 불법 재직이 있었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국토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 항공사를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고도 면허취소가 어렵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아 관리·감독 책임의 추궁을 피하려고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9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2008년 이후 등기이사 재직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아시아나항공에서 미국인 '브래드 병식 박'이 2004년 3월24일부터 2010년 3월26일까지 6년여간 등기이사 겸 사외이사로 재직한 게 확인됐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중순부터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다 박씨 사례를 찾았다. 박씨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인으로, 2000년대 중반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항공 관련법에는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를 어기면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미국인인 조 전 전무도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이름으로 진에어 사내이사로 있었던 게 드러나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가 논의되고 있다.

    국토부는 법률자문단에 포함된 3곳의 법무법인에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자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법무법인 3곳 중 2곳은 면허취소가 안 된다, 나머지 1곳은 취소는 할 수 있으나 행정소송으로 번지면 거의 패소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은 아시아나항공이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때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항공법 개정(2012년) 이후인 2014년 대표이사를 변경하면서 새 규정에 맞게 신규 면허를 받은 만큼 면허취소가 어렵다는 견해다. 국토부는 항공법 개정 전까지는 외국인 등기이사에 대한 면허취소가 임의적 취소사유에 해당해 행정관청의 재량권이 인정된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씨가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있던 2004~2008년 항공법에는 외국인이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걸리면 면허를 반드시 취소하게 돼 있어 국토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토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박씨 사례를 발견하고 3곳의 법무법인에 자문해 면허취소가 어렵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 시점은 국토부가 진에어의 항공법령 위반과 관련해 청문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전이다. 국토부가 과거 항공사 관리·감독에 구멍이 있었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아시아나항공 사례를 숨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명주 국토부 항공산업과장은 "법률 자문 결과 면허취소가 안 된다는 결과가 나온 상태여서 (진에어 제재방안을 발표할 때)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