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속 하반기 국내 인상 '꿈틀'연 5%대 임대수익률 '4%'대 '뚝'… '제로' 청약단지 출현올 5만4522실 이어 내년 7만8370실 대기… 공급 과잉 우려도
  •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1. 하반기 입주를 앞둔 대구 중구의 A오피스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지만, 아직까지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최근 분양가를 3.3㎡당 100만원가량 낮췄지만, 여전히 미분양 물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시청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고 분양가도 3.3㎡당 600만원이 안 되지만, 좀처럼 찾는 이들이 없다"며 "오피스텔의 경우 실거주보다는 대부분 투자가 목적인데, 주변 공급량이 워낙 많다보니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전용 46㎡의 강원 춘천시 C오피스텔은 지난해 5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의 가격으로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 4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66㎡인 원주시 D오피스텔도 같은 기간 보증금은 동일했지만, 50만원이던 월세가 45만원으로 떨어졌다.

    춘천시 E공인 관계자는 "통상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이 대출금리보다 약 2~3%p 이상 높아야 투자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데, 최근 수익률과 금리 격차가 좁아지면서 투자가치를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기준금리 역전현상으로 금리에 민감한 오피스텔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나마 연 5%대로 유지되던 임대수익률이 4%대로 내려가면서 수익률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부터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가 도입되면서 대출이 어려워지고 입주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15%로 지난해 상반기 5.22%에 비해 하락했다. 2007년 상반기 6.92% 조사 이래 11년 연속 하락세다. 서울은 4.82%, 경기는 5.09%를 기록했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오피스, 중대형 상가, 주택담보대출 및 국고채 금리 등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높지만, 신규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수익률이 연 4%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국내 대출금리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1.75~2%로 인상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국내 기준금리보다 0.5%p나 높아진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준비에 나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7월 국내 경제상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4분기 이후 물가의 오름세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다른 급격한 변동이 없다면 10~11월께 금리를 올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최대 연 4.7%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는 5%대로 들어서게 되고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대출금리보다 못 할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오피스텔 임대수익률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높으면 오피스텔 분양에서 큰 손 역할을 했던 투자수요가 발을 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점도 악재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올해 전국 오피스텔 입주 예정물량은 모두 7만7302실로, 부동산114가 조사를 시작한 1999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조사 이래 최대 입주물량은 2004년 9만471실이다.

    오피스텔 입주물량 확대는 서울 등 수도권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 1만3613실 △경기 3만5453실 △인천 5456실 등에서 총 5만4522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추세로 전국 7만8370실이 대기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이미 준공을 마친 오피스텔도 특별분양이라는 이름으로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다 여전히 건축 중인 곳도 적지 않아 과잉공급이 우려된다"며 "공급물량이 많아지면 공실 위험성이 커지고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에는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 들어 청약기간 내 모든 평형 마감에 성공한 오피스텔은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 △힐스테이트 동탄 2차 △부평 한라비발디 △동탄역 예미지 3차 △송도 더샵 트리플타워 SM1 △송도 더샵 트리플타워 SM3 △힐스테이트 금정역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 △삼송 더샵 등 9곳에 불과하다.

    올 들어 새로 선보인 단지 37곳 중에 24.3%만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반대로 경기 파주시에서 공급된 한 오피스텔의 경우 단 한 명의 청약자가 없어 분양률 '제로'의 오명을 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피스텔 값이 최근 비싸져서 투자처로 매력을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 등 주요 지역 오피스텔만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에 의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