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정 제각각… 反기업 넘어 '죄인취급'최저임금 10.9% 인상안 평가도 모두 달라
  • ▲ 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함께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안내로 신규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함께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안내로 신규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뉴시스
    "한국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건넨 말이다. 

    문 대통령과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수장인 이 부회장의 첫 만남 이후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때마침 청와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던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 수석이 경질된 이후였다. 올들어 일자리 증가 속도는 급속도로 둔화돼 1월까지만 해도 30만명을 넘던 취업자 증가폭이 2월부터 5개월 연속 1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여당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홍 원내대표는 "삼성이 글로벌 1위가 된 것은 1~3차 협력사를 쥐어짠 결과다", "삼성이 20조만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더 줄 수 있다"는 등 반기업 정서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 방향 못 잡는 정부… 反기업 정서 넘어 '죄인취급'

    문재인 정부들어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대외 여건까지 바닥을 치고 있다. 

    16일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경제 여건도 좋지 못한데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정부 여당이라는 말이 나온다.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는 탓이다. 

    기업들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고용 등을 주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일자리 확대를 압박하고 여당은 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엇박자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 등 노동시장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으로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의 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여당의 생각은 다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고용악화는 노동인구 감소, 자동차 등 산업구조조정, 글로벌 무역분쟁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한쪽에서는 재벌 때리기가 한창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성장이 분배되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은 결실을 얻기 위해 경쟁을 제한하고 독점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기반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삼성·현대 등을 겨냥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데일리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데일리
    ◇ 기업 '기 살리기'는 입으로만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도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제각각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안은 하반기 경제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 계약, 높은 상가임대료"라면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또 다시 10%이상 인상한데 대해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현실 속에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돼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12대 기업 CEO간담회를 열고 "기업을 위한 산업부가 되겠다"면서 "기업의 진정한 조력자로 산업정책 관점에서 관련 부처를 적극 설득하고 끝까지 챙길 것"이라 약속했다.  

    산업부 장관의 기업 CEO 간담회는 문 대통령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 이후에 나왔다. 고용한파 속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산업부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도 각 기업들은 진심으로 '환영'하기는 쉽지 않다. 당정청의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한 경영 불확실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