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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3억 7900만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인 및 관련 직원 5명에 대해서는 검찰고발 조치가 취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기계, 전자 등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번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조치는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부품의 구매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부품 공급업체를 변경하는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해당부품의 새로운 공급처가 될 업체에게 전달해 그 업체가 부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한 혐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자신의 굴착기에 에어 컴프레셔를 장착하기 시작했는데, 에어 컴프레셔는 그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라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모두 납품받아 오고 있었다.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2015년 말경 에어 컴프레셔의 납품가격을 18% 정도 인하할 것을 요구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이 그 요구를 거절하자, 이노코프레이션의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자신이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게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해 그 업체가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유용한 이노코퍼레이션의 도면 31장은 에어 컴프레셔 각 모델별 제작도면으로 특히 에어 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신이 유용한 이노코포레이션의 도면 31장 중 11장은 이노코퍼레이션과의 거래과정에서 ‘승인도’라는 명칭으로 이미 확보해 둔 상황이었고 나머지 20장은 제3의 업체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 줄 목적으로 2016년 2월과 3월 두차례에 걸쳐 이노코퍼레이션에 추가적으로 요구해 제출받았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추가로 제출받은 도면 20장은 모두 수일 내에 제3의 업체에게 전달되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도면을 요구한 목적은 바로 그 제3의 업체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주기 위한 편법이라는 판단이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신으로부터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가 에어 컴프레셔를 각 모델별로 순차적으로 개발해 2016년 7월부터 납품을 시작하자, 에어 컴프레셔 납품업체를 이노코퍼레이션에서 그 제3의 업체로 변경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은 2017년 8월 이후에는 에어 컴프레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제3의 업체로부터 에어 컴프레셔를 공급받은 가격은 이노코퍼레이션의 납품가격에 비해 모델별로 많게는 10% 정도 낮아졌으며,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의 도면을 유용함으로써 그 만큼의 이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로부터 굴착기 부품 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를 납품받아 온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7월 코스모이엔지가 냉각수 저장탱크의 납품가격을 인상해달라고 하자, 거절한 뒤 코스모이엔지의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도면 38장을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해 그 사업자들이 냉각수 저장탱크를 제조해 자신에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고 이 부분도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판단됐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기술유용 사건의 경우 어떤 정보가 기술정보에 해당되는지, 기술정보가 유용된 구체적인 결과 등의 확인절차가 쉽지 않은데 이번 사건이 사건 처리에 있어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