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무상 확장, 중도금 무이자 등 '불황형 혜택' 등장상반기 연기 물량에 미분양 적체까지… "출혈 경쟁 불가피"
  • ▲ 자료사진.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 자료사진.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분양시장 호황기에는 뜸했던 '무상옵션' 카드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무상옵션은 분양시장에서 불황 조짐이 보일 때 등장하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로, 사실상 분양가 인하라는 효과가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기 마련이다. 연휴, 선거 등 이벤트로 일정이 연기된 물량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데다 미분양 물량까지 적체돼 있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경기 안양시 만안구 소곡지구에서 공급하는 '안양 씨엘 포레 자이'는 다양한 무상 옵션 제공한다. 발코니 확장 무상 시공 혜택을 제공하고 발코니 도어(일부 가구)와 안방 대형 드레스룸 확장(일부 가구), 주방 엔지니어드스톤, 하이브리드 쿡탑 등 다양한 품목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GS건설 측은 수요자 편의를 높인 각종 혜택을 바탕으로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힐스테이트 신촌'과 'e편한세상 문래' 역시 같은 혜택을 제공하며 중견건설사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합류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 양곡지구에 들어서는 '김포한강 금호어울림'과 남양주시 오남신도시에 지어지는 '오남역 서희스타힐스' 등도 발코니 확장 무상시공을 약속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 무상시공은 건설사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대표적인 무료 옵션 중 하나"라며 "겉으로는 무료이지만, 일부 단지는 분양가에 발코니 확장 시공비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어 수요자들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물론, 물량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주요 단지들도 수요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지난달 경기 여주시에서 선보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여주 아이파크'는 중도금 대출시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분양 관계자는 "수요자들은 잔금을 치를 때까지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중도금 대출시 발생하는 이자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추진하는 '힐스테이트 지제역'과 동일이 김포한강신도시에 조성하는 '김포한강 동일스위트 더파크' 등도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건설사들이 분양 결과에 자신이 있으면 '중도금 이자후불제'라는 옵션을 약속하지만, 분양시장이 위축 조짐을 보이는 시기에는 중도금이자를 부담하는 '중도금 무이자'가 자주 등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계약금을 대폭 줄이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통상 분양가의 10% 수준으로 계약금이 책정되는데, 수분양자의 초기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500만~1000만원 정액제를 도입하고 있다. 두산건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분양 중인 '신동백 두산위브 더제니스'는 중도금 60%에 대해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1회차 계약금 정액제도 실시한다.

    취·등록세 지원을 통해 계약률을 끌어올리려는 단지도 있다. 서희건설이 충남 서산시에서 분양 중인 '서산 센텀파크뷰 서희'의 경우 최초 계약자에게 취·등록세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전용 66㎡의 취·등록세가 약 267만원, 전용 72㎡ 약 296만원, 전용 80㎡는 약 324만원 수준인데, 이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것이다.

    선주희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강화로 압박이 강해지자 건설사들이 무상 제공 마케팅과 다양한 금융 혜택 옵션을 다시 내놓기 시작했다"며 "소비자들은 여기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미끼상품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청주가경 아이파크 3단지' 견본주택. ⓒHDC현대산업개발
    ▲ 자료사진. '청주가경 아이파크 3단지' 견본주택. ⓒHDC현대산업개발

    이처럼 신규분양시장에 각종 혜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하반기 분양 봇물이 터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 올 하반기 전국에서 17만6645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5015가구보다 41.2% 늘어난 규모다.

    특히 수도권 물량이 많이 늘었다. 서울은 지난해 하반기 1만2918가구에서 올 하반기 2만6344가구로 물량이 103%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인천은 6517가구에서 2만4278가구로 272%, 경기도는 4만175가구에서 5만5409가구로 37.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연휴가 이어진데다 6월 지방선거와 러시아 월드컵 등 굵직한 대형 이벤트가 연달아 있어 분양일정을 미룬 탓이 가장 크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인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잡지 못했던 까닭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투유 청약시스템 개편과 미등록 분양대행업 금지 등에 따른 불가피한 분양 지연도 발생했다.

    실제로 HUG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보증 건수는 모두 총 10만4602가구로, 지난해 연말 부동산114가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분양계획 41만7786가구의 4분의 1을 겨우 넘는 물량만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초기계약률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분양일정을 잡을 텐데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며 "부동산 호황기에는 '언젠가 팔리겠지'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미분양에 따른 추가 마케팅 비용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넘쳐나는 미분양 주택도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유혹할 '한 방'의 필요성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9836가구로, 4월보다 253가구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도 같은 기간 39가구 증가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5만3가구로, 4월보다 781가구 늘었다. 지난해 5월에 비해서는 8379가구가 늘어 미분양 증가율이 20%를 넘는다.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35%가량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단지 전체의 분양 성공 여부도 중요하지만, 선호도가 약한 일부 동·층이 대거 미분양이 날 경우 분양 전략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동별, 층별 분양가 산정이나 무상 옵션 등 혜택을 세밀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적시에 내놓기 위해 어느 때 보다 주의 깊게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