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사후 리콜 결정 '늑장' 의혹
  • ▲ BMW 차량.ⓒBMW코리아
    ▲ BMW 차량.ⓒBMW코리아
    비엠더블유(BMW) 차량 화재에 대한 원인 분석이 10개월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불안도 덩달아 장기화할 전망이다.

    BMW 측은 화재 발생 원인을 디젤엔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본다. 국토교통부는 BMW 측이 2016년 말 이후에는 다른 개량형 부품을 사용해 문제가 없다는 견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BMW 측이 부품 결함을 알고도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한 후에야 늑장 리콜에 나선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같은 부품을 썼는데도 국내 말고 외국에서 EGR 결함으로 말미암은 화재 발생이나 리콜 사례가 아직 없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국토부는 BMW 측이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3일 EGR을 발생원인으로 판단하는 기술근거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국토부는 기술자료 검토와 화재 차량 조사를 병행할 예정이다. 조사·분석은 10개월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차량 부품을 회수할 강제 조항이 없어 문제가 있는 부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가 끝나도 제작결함심사위원회와 청문 개최 등 후속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제작사인 BMW 측은 화재 원인으로 EGR을 지목했으나 추정일 뿐 조사결과가 나온 게 아니어서 소비자 불안이 해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는 BMW코리아 측과 협의해 불안을 느끼는 리콜대상 차량 소유자에 대해선 긴급안전진단이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렌터카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전국 61개 BMW 서비스센터는 주말에도 안전점검을 시행한다. 지난달 31일 현재 3289대가 진단을 마쳤다. 문제가 발견되면 무상으로 대차하고 부품 교체 전 불이 나면 100% 새 차로 교환한다.

    BMW 측은 EGR에 결함이 있어 고온의 배기가스가 흡기다기관에 유입돼 불이 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달 26일 이런 내용의 리콜계획을 국토부에 보고했다.

    국토부가 BMW 측에게서 들은 설명으로는 2016년 12월 이후 생산한 차량은 다른 개량형 부품을 사용해 판매 등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개량 부품은 가스를 냉각하는 라디에이터가 더 넓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BMW 측이 부품결함을 알고도 늑장 리콜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국토부가 지난달 16일 제작결함조사에 착수한 지 열흘 만에 BMW 측에서 자체 리콜을 공식 발표하면서 국토부에 EGR을 콕 집어 리콜계획을 보고했고, 개량형 부품이 쓰이기 전인 2016년 11월까지 생산한 차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들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렇게 의심해볼 만도 하다"며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태도다.

    국토부에 따르면 BMW 차량 화재는 올 들어 1월 3건, 2월 2건, 3월 1건, 4월 5건, 5월 5건, 7월 11건이 발생했다. 국토부가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부터 BMW 차량의 잦은 화재사고 발생에 대해 보고받고 검토에 나선 시점은 지난 6월이다. 이전까지 16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BMW 측이 서비스센터를 통해 사고를 인지하고 원인이 EGR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개연성이 적잖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 내에선 BMW 측에서 정비공장을 통해 이상징후를 먼저 인지했을 가능성과 그동안은 차량이 모두 불에 타 원인파악이 곤란했을 거라는 의견이 같이 있다.

    한편 국토부 설명으로는 외국에선 아직 EGR 결함으로 차량에 불이 나거나 리콜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 EGR 결함에 따른 수십 건의 차량 화재가 유독 국내에서만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BMW 차량은 미국에서 100만대, 영국에서 30만대가 전기배선 문제 등 여러 이유로 리콜됐다. 개중에는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 난 경우도 있으나 EGR 결함 때문으로 확인된 건 없다.

    국내 일각에선 EGR이 아니라 강화된 배기가스 규정을 지키려다 보니 제어 소프트웨어에 과부하가 걸렸다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흡기다기관 재질의 내열성 문제 등을 거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제기된 의견을 조사과정에서 모두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