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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인수합병)는 기업의 외형성장에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기업들은 기획이나 재무, 투자 관련 부서에서 수시로 매물을 예의주시한다. 가치있는 기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성장 가능성이나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본격적인 인수 작업에 나선다.
통상적으로 매도인이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거나, 매수 희망자가 인수자문사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언론에 알려진다. 극소수의 관계자들만 정보를 공유하는 특성상 M&A가 성사되기 전까지 극비리에 진행된다.
매각주관사나 인수자문사들이 경쟁에서 떨어졌을 경우 관련 내용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매물 가격을 올리기 위해 매도 주체가 관련 정보나 움직임을 공개하거나 흘리는 경우도 있다. 인수 희망자가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역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이렇듯 M&A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 다양한 변수가 동반돼 예측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결과에 따라 인수 모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만큼 언론이나 시장에서 관심도 많다.
최근 항공업계에서 M&A 관련 추측이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에서 언급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서다.
애경그룹의 진에어 인수설이 대표적이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이라는 LCC(저비용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다. LCC업계 맏형으로 성장한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뒤를 잇는 항공사다.
진에어가 항공법 위반으로 면허 취소 위기에 놓이면서 제주항공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및 사법당국이 진에어를 비롯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일가의 갑질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어떤 방법이든 '보여주기식'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결국 진에어 면허를 취소하고, 조 회장이 제3자에 매각하도록 할 것이라는 암묵적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최우선적으로 제주항공이 유력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됐다.
시장에 항공사 매물이 나오면 검토를 해보겠다고 멘트했던 당사자도 문제가 불거지가 원론적인 멘트를 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아직 시장에 어떠한 매물도 나오지 않았는데 검토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에어 역시 직원들이 집회를 하고 탄원서를 제출하고, 노조를 설립하는 등 면허 취소를 위한 결사 항전을 보이고 있다. 오는 6일 2차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면허 취소가 결정되지도 않았고, 한진그룹 역시 진에어를 매각할 생각도 없는 상황이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것보다도 더 앞서간 얘기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할 때도 인수설이 나왔다. 방산 사업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항공산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화가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새로운 LCC를 설립하려던 에어로케이에 투자를 했던 전례가 있었다. 당시 한화는 에어로케이 자본금 500억원 가운데 16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그룹의 항공산업 진출이라는 의미가 부여됐다. 실질적으로는 수익 목적의 투자였다라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한화는 에어로케이가 항공운송 사업 면허를 발급받지 못하자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항공산업에 미련을 갖고 있는 찰나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 같은 갑질 프레임에 휩싸이면서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그림이 또 그려진 것이다.
이 역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설'로 끝났다. 무엇보다 앞서 재차 언급한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관심을 끌었던 항공업계의 두가지 인수설은 이렇게 해프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