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명 직결 문제에 1차관 대독
  • ▲ 발표문 대독하는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연합뉴스
    ▲ 발표문 대독하는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름휴가 중 긴급 사안에 대처하는 방식에 미묘한 온도 차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장관은 3일 비엠더블유(BMW)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BMW 차량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매우 놀라셨을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정부는 관련 기관과 민간 전문가를 다 참여시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사고 원인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규명하겠다"고 했다.

    이어 "발견되는 문제에 대해선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며 "지금까지 정부 기관과 BMW의 대응과정이 적절했는지도 함께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BMW에서도 경각심을 갖고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 불편이 없게 대체차량을 제공하고 조사에 필요한 관련 부품과 기술자료 등을 빠짐없이 신속하게 제공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리콜대상) 차량을 소유한 국민은 안전점검을 받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운행을 자제해달라"면서 "국민 안전확보를 위해 리콜제도 등 현행 법령과 제도가 적절한지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문은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신 읽었다. 김 장관은 지난 1일부터 오는 7일까지 여름휴가여서 참석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국내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지난 1일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리콜 등 정부 입장과 대책을 내놓고 2일에는 교통물류실장이 백브리핑을 통해 리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잰걸음을 보인 것은 BMW 차량 화재 사고가 급증하며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BMW 차량 화재 사고는 올 들어 1월 3건, 2월 2건, 3월 1건, 4월 5건, 5월 5건이 발생했다. 국토부가 이상징후를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한 6월까지 총 16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7월 들어선 11건으로 발생 건수가 급증했다. 리콜 등 대책 발표 이후에도 사고는 잇달았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국토부는 지난해 이맘때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때도 공교롭게 김 장관은 여름휴가 중이었다. 김 장관은 휴가 중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부동산 정책을 더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몇 주간 대책을 준비했고 휴가를 내긴 했어도 국내에 있었으므로 관계부처와의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당시 부동산대책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김 장관이 휴가를 낸 것과 관련해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어쨌든 김 장관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휴가 중에도 대책발표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김 장관이 부동산 대책보다 BMW 차량 화재를 덜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부동산 관련 정책에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왔지만, 교통정책과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관심과 발언이 미약했다는 평가가 적잖다.

    BMW 차량 화재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부동산 대책 못지않다는 의견이 많다. 설상가상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준비 등에 시간이 걸린다며 리콜 등의 조처를 미뤄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의 휴가 중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