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서브터미널 '휠소터' 참관
  • ▲ 분류 작업 중인 택배기사 ⓒ 뉴데일리 공준표
    ▲ 분류 작업 중인 택배기사 ⓒ 뉴데일리 공준표

    택배 분류작업을 둔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간 갈등이 여전하다. 노조 측은 배송 전 이뤄지는 분류 작업이 하루 7시간에 달해, 별도 수수료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자동분류기 도입으로 분류시간이 하루 2~3시간으로 줄었으며, 분류는 배송과정에 포함된 통상 업무라며 맞서고 있다. 갈등의 원인인 ‘분류작업’은 택배 배송 전 기사가 지역터미널에서 물품을 인계받아 트럭에 싣는 과정이다.

    9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을 찾았다. 약 165명의 배송기사가 근무하는 이곳은 하루 4만여 건의 택배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분류된 택배는 양천구 목동, 신정동 등 인근 지역으로 배송된다.

    현장을 찾은 오전 10시쯤엔 택배 상자를 분류하는 휠소터(Wheel-sorter)가 작업장 한가운데에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간선 차량에서 내려오는 택배 상자가 스캐너를 지나면, 레일을 타고 구역별로 상자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 ▲ 휠소터를 통과하는 택배상자 ⓒ 뉴데일리 공준표
    ▲ 휠소터를 통과하는 택배상자 ⓒ 뉴데일리 공준표

    휠소터는 대형 스캐너와 레일로 구성된 자동 분류장치다. 스캐너를 지나는 순간 송장에 있는 바코드를 인식해 주소별로 택배를 분류한다. 레일 중앙부를 지난 상자는 신정동, 목동 등 배송지에 따라 제 길을 찾아가 쌓인다.

    양천터미널 기사들은 보통 세 명이 한 조를 이뤄 일한다. 각자 분류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만 터미널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엔 배송을 나가는 구조다. 보통 오전 7~9시, 9~11시, 11~12시 등 세 타임으로 분류 담당자를 나눈다.

    첫 타임 기사는 두, 세 번째 동료기사의 짐을 쌓아주고 배송을 나간다. 두 번째 타임 기사는 분류된 짐을 싣고, 자신의 시간에 도착하는 첫 타임 동료 물량을 대신 쌓아준다. 이 과정에선 대리점주와 기사들이 고용한 분류도우미가 투입되기도 한다. 양천 서브엔 약 24명의 도우미가 일하고 있다.

  • ▲ 휠소터 도입 전·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일과 변화 비교표 ⓒ CJ대한통운
    ▲ 휠소터 도입 전·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일과 변화 비교표 ⓒ CJ대한통운

    현장에서 만난 5년 차 택배기사는 "지난해 11월 휠소터가 도입된 이후 분류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면서 "앞서 출근한 동료가 분류해준 짐을 싣고, 내 시간에 할당된 물량을 분류하면 하루 약 3시간을 터미널에서 보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분류기 도입 전엔 모든 기사가 같은 시간에 출근해 6~7시간을 분류에 할애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택배업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노조의 뜻엔 동감하지만, ‘7시간 공짜노동’ 등의 슬로건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력 15년의 또 다른 기사는 "각 대리점에서 분류 도우미를 통한 업무 효율화를 꾀하고 있어 초기보다 분류 환경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노조 측에서도 관련해 주장할 땐 파업 등 극단적인 행동보단 대리점, 회사와 협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 ▲ 출근 전인 동료 기사의 짐을 쌓아둔 모습 ⓒ 뉴데일리
    ▲ 출근 전인 동료 기사의 짐을 쌓아둔 모습 ⓒ 뉴데일리

    CJ대한통운은 올해 말까지 전국 178곳의 지역 터미널에 휠소터를 도입할 계획이다. 도입 대상은 지방 소도시 등 물량이 적어 자동화가 불필요한 지역을 제외한 전부다. 현재 145곳의 터미널에 휠소터 설치가 완료됐으며, 투자비는 약 2000억원 규모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 사업본부장은 "회사는 대리점 전체 기사가 한꺼번에 분류에 투입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휠소터를 도입한 것"이라며 “보통의 비노조원 기사들은 3인 1조 등 협업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측의 ‘7시간 분류’는 혼자 진행하는 경우로, 보통의 기사들이 근무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일부 노조원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까지 7시간 동안 분류 레일을 지키고 앉아있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택배노조는 이날 아침 ‘분류작업의 진실을 은폐하는 CJ대한통운의 행태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CJ대한통운은 휠소터를 앞세워 7시간 분류작업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전국 택배 종사자들은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1~2시까지 분류를 진행하고 배송에 나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2회전 배송 시 가능하며, 회사 측은 이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2회전 배송 시엔 같은 배송구역을 두 번 돌아야 해 시간과 비용적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