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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난데없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상고법원' 도입 등을 미끼로 박근혜 정권과 거래하려 했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급부상해서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은 현재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지주 내 핵심보직을 맡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정기 이사회와 소위원회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신규 선임된 박병대 이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사회 개최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게 없다"고 일축했다.
박 이사는 지난 3월 이상경 전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하자 후임으로 신규 선임됐다.
그는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연수원 12기를 수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사법연수원 동기다.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으며, 대법관 임기 6년을 마치고 지난해 6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임명 직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원장 후보로 추천될 정도로 차기 대법원장 ‘0순위’로 불린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롱 리스트(Long List)에 포함된 박 이사는 외부평가기관의 후보자 검증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22일 선임됐다.
현재 이사회에서 지배구조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보수위원회 위원장,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감사위원회 위원 등 핵심 보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박 이사가 사법농단 의혹 중심에 서자 신한금융지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초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사외이사 후보추천과 검증 선정 기준을 보완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사외이사 문제가 터져 난처한 상황이다.
박 이사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미끼로 청와대와 거래하려 했던 정황 속 핵심 인물이다. 지난 5월부터 언론을 통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 보고라인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위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을 거쳐서 양승태 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이지만 구속영장은 임종헌 차장까지만 발부돼 ‘꼬리자르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 이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고향선후배 관계로 학교도 같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는 박 이사의 입장 정리와 의혹 해소 여부를 지켜 본 뒤 이사회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 이사회는 내부 규범에 따라 회의일 7일 전에 각 이사에게 통지된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박 이사 의혹과 향후 거취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