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5년간 22조원 투자 계획 발표…지난해 그룹 매출의 3분의 1 규모김승연 회장이 중시하는 정도경영…고용·투자에 오래 전부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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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기업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국가 미래를 위해 청년고용을 이어갈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초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그로부터 3년 후 한화는 처음으로 5년 단위의 중장기 경영 계획을 밝히면서 김 회장의 '뚝심경영' 철학을 재확인시켰다.
13일 한화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투자와 고용 모두 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투자액은 한 해 평균 4조4000억원으로 3년 전 국내투자 규모(2조8000억)와 비교해 36% 늘었고, 신규 채용도 연평균 7000명으로 최근 2년 간과 비교해 연간 1000명 정도 많다.
재계는 한화의 이번 투자 계획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방문 없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오직 정도만을 걸었던 김 회장의 뚝심경영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3년 전 삼성으로부터 화학, 방위산업 분야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고, 이제는 '퀀텀점프' 할 시기가 됐다"며 "투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늘 투자와 고용에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한화큐셀 진천공장 방문 때에도 그는 "국내 고용 증대와 태양광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 대신 한국을 택했다"며 특히, 양질의 국내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한화는 앞서 2013년 한화호텔&리조트, 한화63시티, 한화갤러리아 등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2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지난해 9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계열사에서 상시적·지속적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직원 868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7월에 열린 대통령·기업인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1년 만에 지킨 것이다.
김 회장의 뚝심경영은 문 대통령 입에서 '업어주고 싶다'는 파격적인 말까지 나오게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대기업 중에는 처음으로 한화 공장을 방문해 한화큐셀의 노동시간은 줄이지만 급여는 90% 보전하고, 고용을 늘리는 일자리 나누기 방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한화의 태양광사업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내 공화당 인맥이 부족한 문재인 정부로서 대표적 '미국통'인 김 회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 정권에서 한화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김 회장의 올곧은 정도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정치적 진영논리에 크게 휩쓸리지 않고 사업적인 면에서는 미래를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한화는 일자리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정공법을 택했다. 한화는 지난 5월 한화S&C를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물적분할한 뒤, 한화시스템과 합병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했다.이외에도 내부거래위원회를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해 보다 엄격하게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심사하고, 상생경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협력하고 있다.
이제 한화의 목표는 5년 뒤인 2023년 매출 100조원을 향하고 있다. 성장동력은 태양광·석유화학·방산 사업이다. 투자계획을 부문별로 보면 태양광이 9조원으로 가장 많고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에 각각 5조원과 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 관계자는 "투자와 고용 등을 포함한 중장기 전략을 통해 2018년 현재 70조원 수준의 매출 규모가 5년 후인 2023년에는 100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