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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오는 3분기부터 임상시험 실패 여부와 신약개발 경과 등 사업의 세부적 위험성을 공시토록 한데 대해 업계가 투자악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약업계는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신약개발 하나에 평균 10년이라는 장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인력과 비용이 많이 투자된다. 이에 따라 도중에 임상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성도 높다.
그럼에도 주요 상위제약사를 비롯한 바이오업체들이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압박으로 실패확률에 더욱 민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임상 실패나 중단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악재지만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임상 중단에 대한 여파가 치명적으로 작용할만큼 민감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000억원 규모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을 때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는 지적받을만한 사안이었지만 기술수출 해지를 두고 한미약품의 전체 R&D에 대한 거품논란까지 나왔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앞으로 제약업계 전반의 기술력에 대한 불신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할 만큼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신약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제약사 관계자는 "타 제조업체가 신제품을 만들다가 실패하는 것과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진행하다 임상을 중단하는 것은 성격이 다른 문제"라며 "제조사가 신제품을 만들다가 실패할 경우 공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아는데 제약업계에 유독 날선 잣대를 들이민다는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기간 투자가 가능한 상위제약사와 달리 매출 보다 R&D비중이 훨씬 높은 투자 중심의 바이오기업들의 경우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실패확률을 더 민감하게 따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의 발표를 계기로 임상 중단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통해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묻지마' 투자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C제약사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상장사들의 경우 임상진행 과정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지만 신약개발과 관련 없는 특허 획득 등의 공시는 줄을 잇는다"며 "그간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책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D제약사 관계자도 "신약개발이 글로벌 수준까지 올라간 회사들도 있지만 기술력을 과도하게 부풀려 주목받으려던 기업들도 상당수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오히려 모든 기업이 투명하게 공개하면 임상 중단, 기술수출 해지 등의 악재가 제약업계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라는 인식이 전반에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