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지분투자, R&D 협력 결실 '눈앞'… 2020년 EUV라인 본격 가동ASML 지분가치 '1조4천억', 4배 증가…노광장비 '최대 고객 겸 최고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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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리소그래피)장비업체 'ASML'과 6년째 끈끈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지분투자와 연구·개발(R&D) 협력을 이어오고 있는 삼성과 ASML은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나노 미세공정이 가능한 '극자외선노광장비(EUV)'기술 적용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 사이 ASML의 지분가치도 4배 넘게 뛰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지난 2012년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동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이 프로그램에 삼성전자가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ASML의 지분 3%를 5억 유로(약 7000억 원) 가량에 인수했다. 지분투자와 동시에 5년 동안 차세대 노광장비 기술인 EUV 설비 R&D에 2억 8000만 유로(약 4000억 원)를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외에도 대만의 TSMC 등이 이 공동투자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여부를 저울질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삼성전자 단독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지분투자 이전에도 ASML 노광장비의 최대 고객사이자 첨단 반도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까닭에 ASML에겐 최고의 파트너였다.

    삼성전자와 ASML의 협력관계는 지분투자 이후 가속이 붙었다. EUV 장비 개발을 위해 네덜란드 ASML CEO를 비롯한 본사 임원진이 한국에 방문해 직접 권오현 부회장과 회의하는 등 적극적으로기술 개발이 추진됐다.

    올해로 지분투자 7년차를 맞은 두 회사는 조만간 EUV 기술 적용을 앞두고 있다. 올 2월에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EUV라인 기공을 시작했고 내년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이후 시험생산을 거쳐 2020년에는 본격적으로 EUV라인 가동이 시작돼 7나노 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에 방문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 EUV 개발라인에 깜짝 방문해 주목받기도 했다.

    ASML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며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ASML의 지분가치가 급등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는 취득 당시보다 지분가치가 3배 가량 커져 삼성전자가 투자한 상장주식 중에 가장 큰 평가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6년 삼성전자는 ASML 지분 절반 가량을 매각해 자산 효율화에 나선 바 있다. 이때도 이미 ASML의 지분가치가 상승해 삼성전자가 처음에 지분을 샀던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던 수준이었다. 지분 1.45%를 7400억 원에 되팔 수 있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나머지 ASML 지분 1.45%에 대한 평가액은 1조 3900억 원에 가깝다. 취득원가가 3600억 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향후 EUV 기술 상용화가 시작되면 지분가치는 더 뛸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SML과 6년 넘게 협력관계를 이어온 효과를 두루 누리고 있다"며 "반도체 최강자로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사업 협력의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