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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거래대금이 급감하자 각 증권사별로 전략에 따라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한도 조정 카드를 꺼내고 있다.
한도를 늘리는 회사는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한도 확대에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회사는 리스크관리 및 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증권은 신용공여 한도를 대폭 늘리고 고객들에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일부 지점별로는 신규고객 유치 제한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타사 고액자산가, 비대면 고객 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신용공여 영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0일부터 기존 고객들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도 확대했다.
삼성증권은 고객들의 신용거래가 급증하던 지난 5월 신용한도를 대폭 축소했지만 신용거래가 줄고, 내년 1월까지 신규고객 유치가 금지돼 기존 고객들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기존약정고객 신용융자 가능 한도를 3억원에서 20억원까지 늘렸다.
3억원이던 예탁증권 담보대출도 다시 10억원으로 늘렸다.
삼성증권의 이같은 행보는 6월 이후 국내 증시가 약세로 전환하며 신용거래 잔고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2조6000억원을 넘어섰던 신용거래 잔고가 이달 초 10조원대로 줄었다.
신용공여 한도 관리가 그만큼 여유가 생긴 것으로 고액자산가들의 투자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가는 신용융자 잔고 감소를 주가 반등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한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신용자금은 단기적 시세 차익을 목표로 투입된 자금이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는 언제든 잠재적 매도 대기자금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신용잔고가 감소했다는 것은 수급 부담이 해소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용융자잔고와 대차잔고는 지수와 상관관계는 높지만 후행한다는 단점이 있는 만큼 앞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때 시장 반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거래 한도를 늘리는데 신중한 증권사들도 있다.
최근 고객 신용거래 한도를 소폭 하향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거래 한도를 줄였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신용공여 고객 한도 설정에 대해 신중히 접근 중이다.
리스크관리와 더불어 신용거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자본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신용거래 잔고의 변화에 대해 각 사별로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것"이라며 "증권사별로 추진 중인 사업과 고객 서비스에 따라 신용공여 한도 설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