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삼수 도전에 땅장사 초점 우려… 롯데월드·에버랜드도 유치대상총사업비 규모도 3조원으로 줄어… 국제 경쟁력 갖춘 콘텐츠 유치 의문
  • ▲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부지.ⓒ수공
    ▲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부지.ⓒ수공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세 번째로 추진하는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국제테마파크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공이 사업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출구전략으로 땅장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경쟁력을 갖춘 국제테마파크 조성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공과 경기도, 화성시가 지난 23일 '화성 국제테마파크의 성공 유치와 조성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맺었다.

    국제테마파크사업은 수공이 조성한 송산그린시티 내 동쪽 부지에 세계적 수준의 복합리조트형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기 화성 남양읍 신외리 418만9000㎡에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상업시설, 골프장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09년 ㈜롯데자산개발 컨소시엄이 추진하다 외국인투자기업요건 미충족과 계약금 미납 등으로 2012년 무산됐다. 수공은 2015년 말 사업을 재추진하며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USK)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금융조달과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본사(UPR)와의 불명확한 라이선스 문제가 발목을 잡아 흐지부지됐다. 좌초됐던 사업은 지난 2월 정부의 '현장 밀착형 규제혁신 추진방안'에 포함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학수 수공 사장은 "송산그린시티에 세계적 수준의 테마파크를 유치해 국제 관광레저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경기·화성 등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서철모 화성시장도 "수준 높은 테마파크를 조성해 서해안 관광산업의 구심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수에 나선 수공이 출구전략으로 땅장사에 역점을 두면서 테마파크사업이 경쟁력을 잃고 쪼그라들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수공은 테마파크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자 연구용역을 진행해왔고 마무리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공은 용역결과를 토대로 공모지침을 마련해 연내 공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연구용역을 진행한 D업체가 부동산 관련 전문업체로, 테마파크사업과 관련해선 연구용역을 진행한 경험과 지식, 노하우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수공 관계자는 "테마파크사업에 특화된 업체는 아니지만, 연구용역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채용한 거로 안다"면서 "(수공으로선) 테마파크 건립을 위한 종합 계획을 짜는 게 아니라 사업이 잘될 수 있게 토지 공급조건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테마파크사업 재검토 연구용역이 부동산 공급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만큼 3차 사업 공모도 해외 유명 콘텐츠 유치보다 국내 업체 중심의 부동산 개발사업 위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사업비 규모가 애초보다 많이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를 추진하던 2차 공모 때는 1·2단계 사업비가 총 5조원 규모였다. 이번에 수공이 밝힌 예상 총사업비는 3조원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사업비 규모를 보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테마파크를 유치,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메이저 콘텐츠 업체가 기존 테마파크 확장을 진행할 공산이 적잖다는 것도 사업 유치의 걸림돌로 꼽힌다.

    알려진 바로는 디즈니는 중국 상해 테마파크 옆에 2단계 확장공사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디즈니의 대규모 개장에 맞서 미국 본토 등에서 기존 테마파크 확장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업에 적잖은 투자비가 투입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해외 테마파크 신규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수공도 고민이 깊다. 수공 관계자는 "일단 2차 공모 때처럼 세계 25위권 내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를 재추진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 IP(지적 재산권) 제공사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치 대상을 고품질의 테마파크 IP로 국한하면 공모가 다시 무산될 수 있고, 문호를 더 개방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수공이 땅장사에 열중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토지공급자로서 그동안 수준 높은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데 노력해왔고 이런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현실적인 부분을 일부 고민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