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임에도 사업주체 지분 적어… 자본금 출자비율 조정도 실패장밋빛 대선공약에 설레발 떤 수공… UPR 라이선스 문제 소홀 화 자초
  • ▲ 한국유니버설스튜디오 조감도.ⓒ수공.
    ▲ 한국유니버설스튜디오 조감도.ⓒ수공.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추진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어느 정도 파행이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장밋빛 대선 공약으로 사업이 재추진됐지만, 민간 투자는 상대적으로 작고 이를 공공부문이 메워주는 구조여서 애초부터 사업추진력에 한계가 있었다는 의견이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수공은 지난 12일 경기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들어설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국제테마파크사업)의 우선협상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USK) 컨소시엄과 만나 사업추진에 대해 마지막 의견을 나눴다. 수공과 USK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까지 사업협약을 맺기로 기한을 연장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USK 컨소시엄은 사실상 수공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태도다. 수공은 이번 주 안에 사업추진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현재로선 여러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수공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사업협약을 추가로 연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무산 위기와 관련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 혼란이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의견이다. 이 사업이 2012년 한차례 무산됐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재추진했고, 국토부가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정부의 사업추진 의지가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돌려 말하면 민자유치 사업에 공공부문 참여가 높다는 반증이다. 공공부문 참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거나 국회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우리나라 특성상 각종 지원약속이 지연될 공산이 작지 않다.

    즉 유사시에는 민간부문에서 사업을 주체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공공부문 의존도가 높아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뉴데일리경제는 2015년 12월 수공이 USK 컨소시엄을 사업 우선협상자로 발표했을 때 이미 공공부문의 참여지분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당시 USK 컨소시엄의 구성을 보면 중국 국영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와 중국 국영 최대 여행사인 홍콩중국여행유한공사(CTS)를 비롯해 대우건설 등이 참여했다. 수공은 CTS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CTS의 지분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1단계 사업비 3조원 중 USK 컨소시엄의 자본금은 8500억원쯤으로, 중국 국영 업체 참여는 CTS와 CSCEC를 합쳐 23%였다. USK가 20%인 1700억원을 투자하고 대우건설 5%, 도화엔지니어링 7%쯤이다.

    나머지는 공공부문에서 충당하는 구조였다. 자본금 중 공공부문 지분율이 45%에 육박했다. 중앙정부가 절반쯤을, 나머지 절반은 경기도와 화성시가 분담하기로 했다.

    최계운 전 수공 사장은 당시 "외국 사례를 볼 때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45%의 공공부문 지분 참여율은 가까운 일본의 사례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다.

    지난 2001년 개장한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경우 공공부문 지분투자는 8000만 달러였다. 전체 사업지분의 25% 수준이다. 송산그린시티 사례가 일본의 지원보다 1.8배 많은 셈이다. USK 컨소시엄 중 최대인 중국 국영 업체 2곳의 지분율(23%)보다도 1.96배쯤 많다.

    수공도 이를 의식하고 사업협약 논의과정에서 USK 컨소시엄 참여업체의 자본금 출자비율을 늘리려고 했으나 별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자금조달을 위해선 KDB산업은행 등 금융권의 대출이 절실하다. 하지만 탄핵정국으로 국가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본 조달이 삐걱대는 상황이다. 산은을 대신할 구원투수로 국민연금공단이 거론됐으나 이마저도 투자 유치가 불투명하다.

    이럴 때 사업주체인 민간 자본에 여력이 있어야 난국을 헤쳐나갈 돌파구가 생기지만, USK 컨소시엄은 기초체력이 부족한 처지다. 지난 12일 최종 담판에서 사업협약 기간 연장을 요구하지 못하고 수공에 처분을 맡긴 게 이를 방증한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본사(UPR)와의 라이선스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공이 기자회견으로 설레발을 떨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UPR과의 라이선스는 국토부가 수공의 부동산 현물 출자를 검토하는 필요조건임에도 수공이 이를 확인하는 데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USK 컨소시엄 대표 주관사인 USK프로퍼티홀딩스의 황인준 회장이 직접 UPR 고위관계자를 만났지만, UPR은 아시아에서 2개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UPR은 중국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2020년쯤 개장할 예정이다. 수공은 화성 유니버설 스튜디오 개장 시기를 2020년으로 잡았었다. 베이징 사업이 애초 계획보다 다소 지연됐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인접한 아시아 국가에서 같은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만큼 UPR 참여 문제를 좀 더 명확히 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황 회장은 "라이선스 계약은 사업협약을 마치고 (수공과의) 토지계약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맺는 것"이라며 "기존 사례를 보면 길게는 수년이 걸릴 때도 있다"고 설명했었다.

    수공이 최악에는 사업협약 이후 라이선스 계약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무감각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