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국지성 호우로 채소·과일 고공행진올해 차례상 물가 시장·대형마트 각각 6.4%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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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사과 할 것 없이 안 오른 게 없네요. 최소화해 차려서 먹는다고 해도 음식을 사는 게 더 저렴할 것 같네요"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1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하나같이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 대파와 무를 골랐지만 개당 3000~4000원에 육박하면서 현장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아찔할 정도다.
주부 김태연(35) 씨는 "비싸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가격이 이렇게까지 오를지 몰랐다"면서 "차례상을 어떻게 차려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지난달 하순부터 이어진 국지적 호우로 채소·과일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 명절 음식 준비에 따른 수요가 증가로 추석 차례상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답답하기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직원은 "요즘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는 소비자들이 많다"면서 "한참 물어보다가 도로 놓고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주요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18일 기준) 26개 품목 가운데 평년보다 가격이 떨어진 농축산물은 7개에 불과했다.
품목별로 보면 배추 가격이 30% 정도 올랐고, 시금치는 50% 이상, 무는 무려 75%가 껑충 뛰었다. 특히 감자(20㎏)는 3만8888원으로 평년 대비 93.3%나 상승했다. 당근도 1㎏에 3612원으로 평년보다 81.3%나 뛰었다. 무(개당 1984원)와 건고추(600g, 1만3066원)도 각각 61.6%와 63.5% 높았다. -
과일값도 치솟았다. 사과(10개, 홍로) 소매 가격은 2만6510원으로 전년 대비 32%, 평년 보다 20.2% 높았다. 배(10개, 원황)는 3만2002원으로 전년대비 23.3%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평년 수준의 가격이었던 일반 농산물이 초여름부터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주산지에서의 상품성 저하와 출하량 감소로 작황이 악화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분석하며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차례상 물가도 전년보다 상승했다. 올해 차례상 물가는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은 23만1000원, 대형 유통업체는 32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4%, 3.2% 상승했다. 주부 김혜연(32)는 "정부가 발표한 차례상 물가(32만4000원)을 훨씬 웃돈다"면서 "매 명정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주부 박진옥(38)씨는 "요즘 물가가 비싸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데 겁부터 난다"며 "과일, 반찬 수를 먹는 만큼만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추석 성수품 수급 안정을 위해 21일까지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수요가 많은 10대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시 대비 1.4배 확대해 집중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수급안정용 전체 공급물량이 12만톤으로 전년 8만톤 대비 51%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