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장기화에 노조도 부담… "비전문가지만 개인비리 없다면"
  • ▲ 한국공항공사.ⓒ연합뉴스
    ▲ 한국공항공사.ⓒ연합뉴스
    입맛에 맞지 않는 전문가보다 익숙한 비전문가가 낫다? 6개월째 사장이 공석인 한국공항공사가 4번째 경찰 출신 최고경영자를 맞을 공산이 커졌다.

    1일 공항공사에 따르면 내정설이 돌았던 서훈택 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진에어 외국인 등기이사 불법 재직' 사태의 여파로 중도 낙마한 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재공모에 나서 지난달 21일 후보자 5명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했다.

    임추위는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과 1차 공모에서 서 전 실장과 함께 5배수에 들었던 4명의 후보자를 같이 추천했다. 4명의 후보자 면면은 대기업 물류회사와 일반회사 출신, 항공 분야와 비 항공분야 출신 교수 등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 안팎에선 4명의 후보자가 1차 공모에서 서 전 실장에 사실상 밀렸던 만큼 재공모를 통해 새롭게 추천된 손 전 학장의 낙점설이 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1차 공모 때 서 전 실장과 다른 4명의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들러리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공항공사는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인 윤웅섭, 이근표, 김석기씨가 사장 자리를 거쳐 간 전례가 있다. 손 전 학장이 차기 사장이 되면 4번째 경찰 출신 CEO가 된다.

    손 전 학장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경기 안산경찰서장, 경기지방경찰청 제3부장, 서울경찰청 차장, 전북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지냈다. 2016년엔 더불어민주당 안산시단원구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제19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선 안산시장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유력 후보자로 꼽히는 손 전 학장은 항공 관련 전문성이 부족해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공사 한 관계자는 "굳이 찾는다면 '가'급 국가중요시설이므로 경비·보안과 연관 지을 순 있겠으나 항공분야와 관련해선 (전문성을 말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 전 학장은 뉴데일리경제와 통화에서 "(전문성, 지원동기 등은) 현재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나중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 ▲ 낙하산 인사 반대 공항공사 노조.ⓒ연합뉴스
    ▲ 낙하산 인사 반대 공항공사 노조.ⓒ연합뉴스
    공항공사 내부에선 손 전 학장에 대한 거부감이 서 전 항공실장보다는 덜한 분위기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앞선 경찰 출신 사장들의 평가가 나쁘진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장악력이 좋아 재임 기간 공항공사가 위기를 이겨내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항공사 다른 관계자는 "김포공항 국제선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넘어가 터미널 등 70%의 시설이 유휴화됐고, 수입도 65% 급감하는 등 공사 창립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 경찰 출신 CEO들이 왔다"며 "이후 옛 국제선 2청사에 스카이시티를 오픈하고 백화점과 골프타운을 유치하는 등 유휴시설 활성화에 이바지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공항공사 노조는 사장 공석 장기화와 관련해 논평이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노조 관계자는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손 전 학장은 낙하산이 맞다. 전문성을 갖췄다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서 전 실장에 대한 반대와 낙마로 사장 공석이 길어져 솔직히 부담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이어 "과거 사례(김석기 전 사장)처럼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거나 개인 비리 등 문제가 있다면 반대할 것"이라며 "아직은 공모진행 과정을 살펴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낙하산은 맞지만, 큰 문제의 소지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공항공사가 사장과 부사장 자리 모두를 국토부 출신이 차지하는 초유의 사태를 막으려다 항공 전문가 대신 경찰 출신 비전문가를 CEO로 맞는 낙하산 촌극이 벌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항공사 부사장에는 지난 3월 김명운 전 국토부 대전국토관리청장이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