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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하나금융그룹이 보건복지부에 1000억원 규모의 협약을 체결하면서 '정권 코드맞추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하나은행 관계자를 증인 신청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5월24일 국민연금공단의 외화금고은행으로 선정됐다. 외화금고은행은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체 기금 29%에 해당하는 179조원의 거래창구 역할을 한다. 또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이 외화금고은행으로 선정되기 전인 4월15일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전국에 어린이집 100개소를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화금고은행으로 최종계약을 체결한 지 13일 후인 6월5일 하나금융그룹은 보건복지부·저출산고령위원회와 국공립어린이집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하나금융그룹이 10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매년 30개소씩 총 90개소의 국공립어린이집을 짓고 지자체에 기부체납하겠다는 게 해당 협약의 골자다.
문재인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다. 2019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도 국공립어린이집 102개소 신축을 위한 399억 7000만원이 반영돼 있다.
김 의원은 "하나금융그룹이 3년간 매년 1년치 정부예산에 버금가는 비용을 들여 국정과제 이행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사회공헌사업을 가장해 문재인 정권에 헌납하는 걸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 의원은 "국민들과 의원들은 추측만 하지만 은행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국민은행이 나서서 지난 5월 교육부와 MOU를 체결하고 국공립 유치원을 증설하는데 750억원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여당 의원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말해달라"고 제지했다. 기 의원은 "국민연금 외화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은행 신인도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경쟁이 촉발되고 기여금도 납부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정권 입맛 맞추기라고 하는 것은 국감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감에서 의혹 제기를 하면서 물어볼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라면 보다 구체적이고 많은 내용을 갖고 말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놨다. 하나은행 관계자를 증인으로 내세우려면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는 얘기다.
김 의원의 질의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정부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서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