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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미투운동이 국민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던 해인데 이렇게 그릇된 성의식을 가진 분이 기관장으로서 자리에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사퇴하십시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 국정감사에서 박경서 적십자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6월 9일 박 회장은 적십자 회장 취임 후 첫 팀장급 간담회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낸 인물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성희롱 사건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십자 내부에서는 징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후속조치로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특별교육 실시, 서약서 제출, 양성평등 컨설팅 추진 등이 시행됐다.
김 의원은 "성희롱은 회장이 했는데 왜 교육은 밑에 있는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가"라며 "회장은 말로만 사과하면 끝인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일반직원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임까지 간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전북지사 소속 A직원(3급)과 6월 충북혈액원 소속 B직원(7급)은 성 비위 사건으로 인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올해 성 비위 사건으로 해임된 직원도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적십자는 소속 직원데 대해서는 엄중한 잣대를 대고 있으나 회장에 대해서는 관련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정권 인사는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되고, 정권의 비호를 받는 인사는 사과만 하면 되는 것인가"라고 거세게 질타했다.
이어 박 회장의 성희롱 관련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박 회장은 지난 6월21일 성희롱 사과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며 "문제는 같은 날 사내에서 각종 성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K모씨를 기관장으로 승진 발령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모씨는 본인의 성희롱 혐의는 물론, 하위직급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논란이 된 인물"이라며 "박경서 회장은 이런 인사를 대국민 사과하는 날 보란 듯이 승진시키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도 "인권대사까지 역임했는데 사과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박 회장은 기본적으로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보탰다.
박 회장은 "'내가 소통을 하기 위해 한 말이 성차별일 수도 있겠구나' 해서 즉각 사죄드렸다"며 "그때 진정성 있는 사죄를 드렸고 누구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성평등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