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포장 최대 15㎏→10kg, 21년부터 생장 조절제 사용 제한
  • ▲ 배 재배 면적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52% 감소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 배 재배 면적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52% 감소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산 6대 과일 중 생산이 줄며 침체일로에 있는 배 농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8월 2일부터 전국 33개 공영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배 포장 상자의 최대 표준 규격을 기존 15㎏에서 10㎏로 줄여 시행할 방침이다. 또 2021년 1월 1일부터는 배 생장 조절제를 사용하는 농가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 과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배 재배 면적은 2007년 2만 2563㏊에서 2017년 1만 837㏊로 52% 감소했다. 배 생산액도 2013년 7573억 원에서 2016년 4600억 원으로 급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그 원인을 농가 고령화와 도시화에 따른 과수원 폐농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국산 6대 과일 중 사과, 감귤은 최근 10년 간 오히려 재배 면적이 각각 4%, 6% 증가했다. 복숭아는 재배 면적이 51%나 늘었다. 단감, 포도는 각각 재배 면적이 48%, 37% 감소했으나 배보단 감소 폭이 적은 실정이다.

    배 농업인들은 "배 농사가 다른 과일보다 일손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수요가 줄어 폐농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배는 특히 봄철 개화기 때 사람이 일일이 꽃을 인공 수분해야 돼, 배 주산지인 천안‧아산 등에선 군인과 대학생들까지 동원해 봉사를 장려하는 실정이다.

    배는 사과와 달리 껍질째 먹을 수 없고 크기도 큰 데다 포장 단위까지 커 젊은 소비자들과 1인 가구의 외면을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농식품부는 이처럼 배가 소비자 외면을 받는 건 농가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배는 다른 과일과 달리 추석‧설 명절 판매 비중이 높다. 그런데 추석 명절 날짜가 매년 들쭉날쭉 하다 보니 농가들이 수확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생장 조절제'를 쓰는 것이 배 맛을 저하하는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배 생산량의 80%에 달하는 '신고' 품종 배는 정상 수확기가 10월 상순이지만 농가에선 9월 추석 명절에 맞춰 최대 한 달 일찍 수확하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생장 조절제는 식물 호르몬 성분을 활용한 일종의 농약인데, 과일을 빨리 익게 하는 대신 식감을 푸석거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또 정상 과일보다 열매 크기가 커져 보기에만 좋고 먹기엔 불편한 배를 양산하게 된다.

    결국 농가 스스로 배 품질을 떨어뜨렸다고 판단한 농식품부가 배 생산‧유통 분야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가락시장 등 전국 공영도매시장은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8월부터는 15㎏ 상자 단위 배 경매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포장 단위를 줄여 명절‧선물용이 아닌 평상시 가정용 소비를 늘리겠단 취지다.

    이렇게 되면 현재 5㎏, 7.5㎏, 15㎏ 단위로 진행되는 배 경매가 5㎏, 7.5kg, 10㎏ 단위로 바뀐다. 15㎏ 상자에는 통상 배 18개(신고‧대과 기준), 10㎏ 상자에는 배 12과(신고‧대과 기준)가 포장된다.

    또 농식품부는 생장 조절제를 써서 키운 배를 출하한 농가는 2021년 이후 농식품부 지원 사업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기주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생장 조절제를 사용한 배라고 해서 도매시장 경매나 유통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배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인 만큼 농가들이 최소한 이 정도는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배 산업 활성화 장기 정책으로 '신고' 배 외에 다른 신품종을 보급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준 우리한국배연구회장은 "소포장 장려 정책에는 적극 공감한다. 다만 생장 조절제를 사용하는 건 추석 명절 때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인데, 이런 농가들 처지를 고려해서 조절제 사용 농가에 '벌'을 주는 것이 아닌, 미사용 농가에 '상'을 주는 방식도 검토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