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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한국형 '유니콘 기업' 육성 방안을 통해 자본시장 활력 불어넣기에 나선다.
금융투자업계는 벤처ㆍ중소기업이 창업 초기부터 충분한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는 당정협의를 거쳐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자본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자 참여를 늘려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안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콘 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자금 융통의 유일한 창구로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창업 초기기업들의 대출 장벽은 더욱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직접 금융시장(자본시장)의 자금이 성장성을 갖춘 신생기업들로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자금 조달 체계를 다양화하고 이 과정에서 자금 중개자 역할을 할 증권사의 여러 영업 제약 요인도 해소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사모, 크라우드펀딩, 소액공모 등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경로를 대폭 열거나 간소화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한다.
현재 0.007%에 불과한 전문투자자 문턱을 대폭 낮추고 금융투자산업 내에서도 중소전문증권사 진입 규제도 완화한다.
증권사 등 투자은행(IB)에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상장주관사 또는 벤처펀드 투자사로서의 의무를 완화하고 자율권을 주는 대신 과징금 확대 등 투자자보호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다.
증권사의 자금 중개 기능도 강화한다.
결국 개인투자자는 물론 투자자와 기업의 중개자인 증권사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업에 돈줄을 돌게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선 규제 완화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겠다는 이번 대책의 취지와 방향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금융위는 이번 혁신과제 이행으로 전문투자자 수가 최대 15만명까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훈 자본시장정책관은 "일정 수준이상 금융상품 투자경험과 자산과 지식이 있는 자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숫자가 9만4000명 정도고 금융상품 관련 자격을 지닌 종사자는 4만6000명 정도로 합치면 14만~15만명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 기관 위주로 구성돼 있는 전문투자자의 범위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고민한 흔적을 볼 수 있다"며 "사모펀드 활성화와 금융투자회사 관련 규제 철폐 등 방향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필요하다고 느껴온 부분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며 "단기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방향성이 시장의 니즈와 부합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이번 방안에 환영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과 혁신기업의 성장은 물론 투자의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 책임자는 "구체적 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건전성 관련 규제 등 증권사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제약요인을 해소한다는 내용은 환영할만 하다"며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 시 질적 심사 면제 범위 확대와 발행가액 산정 자유화는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반겼다.
관건은 정책 실효성이다.
정부 의도대로 투자자들이 신생기업 투자를 늘려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공통된 업계 의견이다.
아무리 전문적인 투자자라도 감수해야 할 위험이 큰 만큼 말 그대로 모험자본이 적극적으로 유입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실제 그동안 금융당국과 정부 여당 차원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끊임없이 나온 만큼 이번 방안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자금을 사용하도록 시장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투자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이 부분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