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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최근 불거진 '분유 이물질 논란'과 관련, 자사 분유설비와 생산과정을 전면 공개했다.
서경민 남양유업 세종공장 품질보증팀장은 22일 오후 세종공장에서 분유생산설비와 공정 공개를 마치고 "이 공장 안에서 이물질이 혼입됐을 가능성은 '제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이날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세종공장 분유 공정을 공개했다. 이후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도 분유공정 공개에 나설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앞서 분유에 이물질이 혼입됐다는 소비자 주장에 따라 외부기간의 이물질 정밀검사를 받았다.
남양유업은 지난 9일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 등 외부기관의 이물질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80년 2월에 설립된 세종공장은 전체 부지 3만2000평 규모로 3개의 생산동과 원료 보관 및 완제품 보관을 위한 2개의 자동화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95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 공장이다. 남양유업의 전체 매출액 규모가 1조2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남양유업의 공장 5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장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분유, 이유식, 커피믹스, 발효유, 치즈, 일부 B2B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세종공장은 50년 역사의 남양유업 분유 제조 공정 노하우가 집약된 곳이다. 남양유업은 아기전용목장에서 자란 젖소 1A등급 원유만을 엄선해 사용하고, 방사능 관리 5중관리 시스템, 14개 항목 미생물관리 시스템, 16개 위해물질 관리 시스템 등 철저한 식품안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서 팀장은 "500억원을 투자한 건조 설비인 GMF(GOOD MANUFACTURING FACTORY) 시스템 등 최첨단의 설비가 모여있다"며 "청정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100여개의 헤파(HEPA) 필터를 작동하고 있고 7중 거름장치를 통해 공기 내 유해성분과 미생물을 완벽히 걸러내는 한편 헤파필터를 통과하지 않은 공기를 원천 차단하는 양압시스템을 가동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양압시스템이란 공장 내부 공기압을 상시 외부보다 높게 유지해 헤파필터를 거치지 않은 공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이물질 혼입 가능성이 높은 충전실은 양압시스템으로 인해 미세한 틈이 있더라도 내부공기가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언정 외부 공기는 내부로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자동포장 시스템에도 25단계의 이물방지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은 "세종공장은 각종 식품안전 관련 인증을 받은 유해물질, 외부 이물질 혼입을 철저히 차단, 제어하고 있는 사업장"이라며 "남양유업은 이같은 식품안전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안심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식품을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양유업의 분유 제조 공정은 외부와 원천적으로 차단돼 철저하게 '인 라인(in line)'으로 가동된다. 이곳에서 조제분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원료를 투입해 조제, 살균, 농축, 균질, 건조, 분말화 후 채분 필터링, 이송, 2차채분, 충진, 질소충전/권체 후 밀봉, 완제품 검사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 공장장은 "원료가 투입되고 완제품이 나올 때까지 인 라인으로 이뤄지는 것은 전세계로 비교했을 때 그렇지 않은 업체도 많다"며 "남양유업은 밀폐된 라인 내에서 모든 공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물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서 팀장은 "이물 혼입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충진실은 소수만이 내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돼있고, 방진복을 입고 근무한다"며 "충진실 환경에 대해서는 작업자 관리까지 크로스체크(Cross-check)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충진실로 공급되는 부자재는 '공관'과 '바닥면'이 있다.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분유 캔의 용기는 외부에서 사들여온다. 윗면이 막힌 공관에 분유를 넣고, 바닥면을 덮어 밀봉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무리 이물 혼입이 불가한 공정을 거쳤더라도 부자재에 이물이 존재하면 모두 헛수고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탈자기(Demagnetizer) 및 이오나이저(Ionizer) 설비를 구비하고 있다. 공관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제조상 이물질을 자성에 의한 N/S 극성 및 정전기적 양이온/음이온을 형성해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제거하는 시스템이다.
이후 최첨단 비전시스템 촬영으로 내부 이물질 혼입여부를 다시 확인한다. 조금이라도 이물질이 묻어있는 경우 이 비전시스템을 피해가기란 쉽지 않다. 서 팀장은 "캔을 들여오면 금속이 붙어 있을 수 있는데, 비전시스템은 이음새 이 공관이 매끈하지 않은 부분을 잡아내는 것"이라며 "이물질이 붙어있는 경우 비전시스템을 피해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전시스템을 통과한 후에야 자동정량충진(질소충진율 97% 이상)으로 가스치환 포장, 밀봉된 형태의 완제품이 만들어진다. 아직 끝이 아니다. X-ray 검사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이물 혼입 여부를 검증한다. 혹시 모를 이물 혼입을 다시 한번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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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연구소에는 100여명이 넘는 식품 안전 전문가가 상주한다. 1995년에 설립된 남양유업 중앙연구소는 제품개발센터와 식품안전센터 총 2개의 센터와 7개 팀으로 구성된다. 제품개발센터(중앙연구소3,4층)는 전 세계 시장분석을 통한 획기적 아이디어 제시, 차별화 컨셉을 바탕으로 한 히트상품 개발, 품질 및 원가경쟁력 강화 등 제품개발과 관련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식품안전센터(중앙연구소 5층)는 국내외 식품안전과 관련된 연구동향 및 위해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식품안전보증실’과 정밀분석을 통해 원료 및 완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식품분석실’로 구성된다. 식품안전센터는 2001년 9월, Micro-HPLC등 150여종의 최첨단 분석설비로 총 670여종의 분석능력을 갖춰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영유아식 업계 최초로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조제분유 영양성분 분석용 ‘인증표준물질(CRM)’ 개발에 성공해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했으며, 2017년에는 영국 환경식품농림부가 주관하는 식품 분야 국제비교숙련도(FAPAS : 식품 분야 분석/측정기술을 평가하는 프로그램)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은 "세종공장에서는 의약품 생산 관련 안전 관리와 비슷한 수준의 이물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의 조제분유 안전관리 시스템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잘 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남양유업은 이번 이물질 논란이 귀책 사유가 밝혀지기 전 급속도로 확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는 식품에 대한 이물, 특히 조제분유에 대한 이물 부분 논란이 일면 무방비로 언론에 노출된다"며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판별하고 노출해야 하는데 조사 발표까지 10~20일이 걸리지만 그 전에 논란이 확산되면 제조업체에 대한 법적인 보호망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귀책사유를 밝히고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귀책이 없는 부분이 밝혀졌을 때 제조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