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롯데·한진 '빅3' 따돌려… 신뢰성·친절성·차별성 유리특혜 시비에 국토부 "민간 서비스 질 향상 위한 것"
  • ▲ 택배 준비하는 우체국 직원.ⓒ연합뉴스
    ▲ 택배 준비하는 우체국 직원.ⓒ연합뉴스
    "경찰과 민간 경비업체 서비스를 같이 평가하는 격이다." 우체국이 민간 택배업체 '빅3'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부의 서비스 평가 최우수등급을 받자 불공정 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고도 공공서비스를 펼치는 우체국과 민간업체를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게 옳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CJ·롯데·한진 '삼인방' B++ 등급

    국토교통부는 27일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15개 택배업체에 대한 서비스 평가결과를 내놨다. 국토부는 2014년부터 매년 택배 서비스를 평가해 등급을 발표한다.

    올해는 일반택배(개인, 온라인쇼핑→개인) 분야에서 우체국택배가 A+등급, 기업택배(기업→기업) 분야에서 용마로지스와 성화기업택배가 각각 A등급을 받았다.

    우체국은 개인 간(C2C), 홈·인터넷쇼핑 업체-개인 간(B2C) 택배에서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일반택배 C2C에선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 빅3가 나란히 B++ 등급으로 평가됐다. 로젠·일양은 B+, 경동·대신·천일·합동은 B등급을 각각 받았다.

    B2C에선 CJ대한통운·한진이 B++, 로젠·롯데 B+, 경동·대신·일양 B, 천일·합동 C++ 등급으로 분류됐다.

    기업택배(B2B) 분야에선 성화·용마 A, 고려·대신·동진 B++, 일양·택배업협동조합 B+, 경동·합동 B, 천일 C++ 등이다.

    전반적인 만족도 수준은 개인거래가 지난해 83.1점에서 올해 85.2점, 전자상거래가 81.9점에서 83.7점으로 각각 향상됐다는 평가다. 반면 기업택배는 지난해 85.7점에서 올해 85.8점으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항목별로는 집화·배송의 신속성(96.3점)과 사고율(96.2점) 부문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피해처리 기간과 직영 비율 등 고객 대응성(72.5점) 부문은 만족도가 낮았다.

    서비스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는 택배기사 처우 개선과 고객콜센터 연결 대기시간 단축이 꼽혔다. 일반택배의 경우 택배기사 만족도는 66.2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객 서비스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여서 택배기사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택배사의 콜센터 대기시간 만족도도 67.4점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 ▲ 2018년 택배서비스 평가 결과.ⓒ국토부
    ▲ 2018년 택배서비스 평가 결과.ⓒ국토부
    ◇우체국 불공정 경쟁·평가 도마 위

    우체국은 택배서비스 평가를 도입한 2014년 이후 일반택배 분야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민간업계에선 불공정한 평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여러 혜택을 누린다는 지적이다.

    일반택배 평가는 크게 과정과 결과영역으로 나뉜다. 과정품질에는 △신뢰성 △친절성 등의 평가항목이 있다. 업계에선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신뢰도나 인지도 측면에서 민간기업과 상대가 안 된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체국은 공공서비스를 펴는 곳이어서 신뢰도가 높다"며 "배달부도 공무원 신분이라 고객 인지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섬마을 우체부' 아저씨라는 말에서 전달되는 신뢰도는 무시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은 대응성 평가영역 중 기사 처우 수준 관련 평가항목에도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과품질 부분도 대동소이하다. 차별화 서비스 항목의 경우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맞춤형 배송 서비스를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은 민간기업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두메산골이나 섬마을 등 외진 곳도 배송한다"며 "우체국은 적자를 감수하고도 공공서비스를 펼치지만, 민간기업은 수익성을 신경 써야 한다. 적자 보면서도 서비스하는 우체국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안전성을 따지는 화물사고율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국토부는 집화량 대비 화물 사고 건수를 비교하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시장점유율이 45% 이상인 CJ대한통운과 8%쯤인 우체국을 별도의 가중치 없이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견해다. 취급물량이 많거나 소비자 보상이 잘 될수록 고객 불만 사항도 많이 접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의 불공정 경쟁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었다. 당시 이재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우정사업본부 국감에서 "우체국 택배가 여러 특혜를 받으며 사업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운송 허용 △우체국 창고의 중소 인터넷 쇼핑몰 무상제공 △전국 우편집중국 25개 이용 △우편·택배화물 분류에 공익근무 요원 투입 △우체국 택배 간선차량 고속도로 갓길 통행 허용 등을 불공정 사례로 꼽았다.

    우체국이 '택배'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모호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편법상 우체국은 '방문접수소포'라는 용어를 쓰므로 택배 서비스 평가에 포함하는 게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애초 택배서비스 평가에 우체국을 포함할지를 두고 논란과 고민이 있었다"며 "민간 택배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 일반택배 평가항목.ⓒ국토부
    ▲ 일반택배 평가항목.ⓒ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