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격려금·산재보험료 전액 추가비용 쉬쉬업계 "정부 눈치에 허겁지겁… 시장상황 도외시"
  •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교섭결렬 관련 집회를 갖는 택배노조원 ⓒ 연합뉴스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교섭결렬 관련 집회를 갖는 택배노조원 ⓒ 연합뉴스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가 단체교섭을 체결했다. 앞서 노조 측이 설 특수기 중 총파업을 예고하자, 배송 대란을 우려한 우체국 측이 급히 협상에 나선 결과다.

    교섭안에는 우선 노조원 휴가 기간 중 배달물량조정, 노조활동 근로시간 면제 등이 담겼다.

    3000여 명의 위탁배달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교섭안에는 또 노조가 요구한 명절격려금·산재보험료 지급 등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 포함됐다.

    우체국 물류지원단 관계자는 “이번 단체교섭 체결 이후에도 명절격려금, 산재보험료 전액 지급 등 노조의 추가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현재 교섭안 적용을 위한 필요 예산을 집계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교섭에 나선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우정사업본부 산하의 우편사업을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으로 정부의 눈치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은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553억원, 2016년 674억원, 2017년엔 539억원의 적자를 냈다. 택배, 일반우편 등 우편 부문에서 적자를 보면 예금·보험 등 금융 사업 이익으로 메우는 것이 최근 우정사업본부의 수익 구조다.







  • ▲ 최근 4년 간 우체국 우편사업 적자 추이 ⓒ 조현준 그래픽 기자 (데이터 = 우정사업본부)
    ▲ 최근 4년 간 우체국 우편사업 적자 추이 ⓒ 조현준 그래픽 기자 (데이터 = 우정사업본부)

    지난해엔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1300억~1400억원 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손실까지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3100억원에 달한다. 인건비 상승은 가파르지만 일반우편 등 통상 우편 물량은 감소하고 있어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물류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번 교섭안 수용은 시장 상황과 특수고용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추후 우체국 교섭 사례가 민간 택배 기업 내 노사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현재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시장 상위 업체들의 택배부문 수익률은 1~3%대에 그치거나 적자를 내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매년 단가는 떨어지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이들 업체는 택배사업의 부족한 수익률을 해외사업 등 타 분야에서 메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정부 정책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업계 상황과 특고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적자를 감수하고도 택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사례를 손익을 겨우 맞추는 민간택배업체에 적용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체국은 1만6000여 명의 정규 집배원과 특수고용 형태의 위탁배송원 3000명이 배송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