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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의 '미투' 제품 출시가 여전히 잇따르고 있다. 한 업체가 특정 제품으로 히트를 쳤을 경우 똑같은 맛의 제품을 이름만 바꿔 출시하는 제품을 이르는 말 미투. 업계 사이에서는 미투 문제로 인해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연구개발 결과에 대한 적절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26일 홈플러스는 '추억의 자판기 우유 맛'과 함께 복고풍의 감성까지 느낄 수 있는 '남양 3.4 우유맛 스틱'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 상품은 1980~90년대 동전 몇 개로 즐길 수 있었던 자판기 우유 맛을 재현한 상품이다. 특히 남양유업의 초창기 대표 상품인 ‘남양 3.4 우유’의 제품 패키지를 적용해 눈길을 끈다. 과거 마스코트였던 코끼리 캐릭터와 함께 사용했던 색상과 글씨체까지 재현했다.
손아름 홈플러스 차주류팀 바이어는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뉴트로 문화가 유행하며 유통이나 식품 업계에서도 출시한 지 오래 된 상품을 리뉴얼하거나 복고 콘셉트의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며 “이 상품을 통해 달달한 자판기 우유 맛을 잊을 수 없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10~20대 세대 고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판기 우유 맛' 제품은 1년전인 2017년 12월 매일유업이 출시해 대히트를 기록한 '매일우유맛원컵'과 컨셉 등이 완전히 똑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매일유업이 선보인 매일우유맛원컵은 겨울 내내 하루평균 1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일부 매장은 '매진 사태'를 기록하면서 SNS 등을 타고 인기는 더욱 번져나갔다. -
매일유업 관계자는 "1년전 '매일우유맛원컵'을 출시한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최근 바나나맛을 추가 출시하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미투 지적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PB(Private Brand) 제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측이 상품 기획 등 제작에 관여해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NB(National Brand) 제품이라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채널이기 때문에 쏘싱(Sourcing)을 먼저 따냈을뿐 제작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미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사이에서는 신제품이 쏟아지듯 출시되는 식품업계에서 완전히 다른 제품이 나오기는 어렵다며 컨셉이 비슷하다고 모두 미투라고 보는 관점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오랜 기간 업계를 지켜온 업체 입장에서 보면 컨셉만 비슷하다고 다 미투라고 하기는 무리"라며 "3.4 우유 경우에는 남양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데 이 아이덴티티를 팔아서 남의 것을 베끼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미투로 볼 문제는 아니고 워낙 우유가 안팔리다보니 유업계의 탈출구로 보는 관점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투 제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이 많아지면 R&D에 힘쓰는 업체들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 개발해서 히트쳐놓으면 자본력이 높은 대기업이 바로 따라만들고, 그럼 판매력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투 제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현실적으로 미투 제품을 제재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