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소주성 허물은 과장… 정책기조 그대로"김상조 "공정경제 후퇴없다"… 홍장표 "내년엔 소주성 2.0 승부수"
  • ▲ 26일 문재인대통령 주재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 청와대
    ▲ 26일 문재인대통령 주재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은 없던 일이 됐다.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때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31일 통과시키기로 하면서다. 

    정부가 고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인데 시행령 개정에 따른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면 실제 최저임금은 20% 증가한 1만20원에 달하게 된다.  

    문재인정부 3년차를 맞는 새해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역시 정책수정없이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낙연 총리는 "소득주도성장 경제기조의 경우 부분적으로 또는 특정계층에 (문제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은 과장"이라고 했다. 


    ◇ 文 "최저임금·주52시간 속도조절" 공염불 그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 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과도한 정책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한 것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 궤도 수정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3대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산업계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최저임금 및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언급했으나 정책은 그대로다. 

    당장 최저임금이 문제다. 2년새 29.1% 인상된데다 최저임금 산정에 유급으로 처리하는 휴무시간인 주휴시간까지 포함하면서 내년부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한층 가중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정책부의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적용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실상 만원을 넘게된다"면서 "상당수 사업장은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으로 전락하고 근로자 1인당 매달 28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가 아닌 33%까지 치솟아 문재인정부 2년 간 인상률은 55%에 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행령 밀어붙이기…최저임금 13번째 대책 내놔  

    청와대는 경제계의 반대 속에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강행할 조치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경영계나 일부 언론 주장처럼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면 최저임금 자체가 15~20% 감소한다"면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최저임금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고 기업에 새로운 부담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또 최저임금 관련 대책을 내놨다. 올 들어서면 13번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연착륙 방안이 발표됐다. △일자리 안정자금(2조8천억) △취약계층 사회보험료지원(1조3천억) △근로장려금(4조9천억) 등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시행령으로 기업에 추가부담은 전혀 없다"면서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일자리 감소의 본질적인 원인인 최저임금 정책은 손질하지 않고 온갖 지원책으로 땜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했던 홍장표 전 수석은 "최저임금 대처가 미숙해 죄송하다"면서도 "내년에는 소주성 2.0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외곽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기자단 송년회에서 "일각에서 얘기하는 공정경제 후퇴는 사실과 다르다"며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 떠나는 김광두 文에 "적폐청산, 기업에 부담"

    정부의 오락가락 메시지에 경제계에서는 정부를 향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4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경영자총연맹(경총)을 방문하는 등 재계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홍남기 부총리 역시 산업현장을 찾아 "시장 기대와 다른 정책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최저임금 상승, 공정경제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대기업 옥죄기도 그대로다. 그간 기업이 요구해온 규제혁신책은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J노믹스를 설계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규제혁신안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찍이 사의를 밝혔다.

    김 부의장은 26일 청와대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적폐청산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하려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의 범위와 기준이 애매해 다수 기업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면서 "노조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지만 불법행위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 시장에 '적폐청산'에 대한 시그널을 명확하게 줘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제언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의장은 오는 1월 1일부터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으로 북귀한다. 청와대는 내달 중으로 김 부의장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