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예적금보다 낮은 수익률로 사실상 ‘손실’ 지적노동부 발의 법안 여전히 계류중…“연내 통과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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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협회가 새해 주력 목표 중 하나로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 논의를 언급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근로자의 퇴직금을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일임해 운용을 맡기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주 투자대상이 은행 예적금 등으로 안정적이라 원금손실 가능성은 낮지만 수익률이 지극히 낮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종전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가 아닌 근로자‧회사‧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퇴직금을 관리,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별, 산업별로 공동 퇴직연금 기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운용 책임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다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퇴직연금은 시중 예금보다도 수익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권에 가입된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DB형(확정급여형)의 경우 1.26%(원리금보장형), DC형(확정기여형)은 1.54%에 불과했다. 원리금비보장의 경우 1.19%, 0.93% 수준으로 더욱 낮았다. 

    이는 같은 기간 1.8% 수준인 은행의 예적금 평균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은퇴 시점에는 오히려 ‘손실’을 보는 셈이다. 여기에 금융사에서 거두는 각종 수수료 0.45%까지 빠지면 손실은 더 커진다.

    반면 우리보다 앞서 1992년 기금형 퇴직연금을 의무화한 호주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9%에 달하면서 든든한 노후자금의 기반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그러나 기금형 퇴직연금은 전문인력의 부재나 운용 과정에서 여러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 등으로 도입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 

    최근 업계와 학계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기금형 퇴직연금 이슈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용원 금투협회장은 지난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포함한 정책 제언을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디폴트 옵션(자동투자제도)’ 반영 여부다. 앞서 권 회장은 지난해 8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을 반영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가입자가 운용에 대해 별도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 합의된 조건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미국, 호주 등에서는 도입된 방식이나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에 대한 설명의무와 배치된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금투업계에서는 당초 가입시 옵션 여부를 설명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호주의 디폴트 은퇴소득 상품 도입은 사람들이 기본으로 지정된 옵션을 여간해서는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 행동경제학적 접근”이라며 “개인의 선택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낸 사례”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4월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중소기업 연합형 퇴직연금기금 설립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WM본부장은 “국회 내 의원실 등과 지속적으로 관련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국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나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