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스를 어찌해야할 지"… 신중모드 경제활력 위한 규제 혁파-정책 수정 이어지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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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새해 들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당정청의 스킨십에 ‘어리둥절’한 기색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만남이 이어지며 기대감이 높아지는 한편 곳간을 열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끼고 있어서다.재계와 청와대의 올해 첫 만남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던 신년회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신년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을 만났다.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까지 뚜렷한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집권 3년차를 맞이해 뒤늦게 재계와 손을 잡겠다는 메시지를 피력한 것이다.이 의지는 청와대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에게 “정책실장뿐만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야 한다”고 주문했다.올해에는 반드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경제활력을 되찾고, 이에 따른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임기 중반을 맞이해 뚜렷한 ‘실적’을 내야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필두로 공정거래법 개편과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 기업을 압박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스탠스를 바꿔 기업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고 전했다.문 대통령은 10일 ‘경제’에 방점이 찍힌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라며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전통 제조업의 부진도 심해졌다. 정부는 현재 경제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판단해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경제정책의 변화는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많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만 한다”며 “먼저 기업규제를 혁신해 투자를 늘리고 신산업을 다수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매우 낮아졌다는 것에, 반성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이를 회복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개혁과 지원방안을 범정부차원에서 고민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즉, 취임 이후 ‘적폐청산’을 목표로 기업을 압박했던 다수의 정책에 변화를 주겠다는 목소리다. 경제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국가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란 점을 인정하고, 함께 어려움을 이겨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낙연 국무총리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재계와의 스킨십 강화에 나선다. 이 총리는 10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다. 그가 4대 그룹 총수 중 1명을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이 부회장은 이 총리에게 현장을 설명하고 사업현황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투자 및 일자리 확대 등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8월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에게 부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또한 청와대는 오는 15일 대기업 총수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다. 지난 2017년 7월 첫 경제인 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대거 참석해 또 한번 경제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내겠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관측된다.다른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총수들이 자주 만나 소통하면 기업을 옥죄는 여러 규제가 변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며 “그러나 대규모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정부 기조를 따라야만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토로했다.이어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곳간을 열대로 열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며 “올해 경제상황이 지난해 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또 다시 투자를 주문하면 곤경에 처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