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文 대통령 오른쪽 두 번째 자리… 업계 현안·애로사항 언급했을 듯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산책 동행 기업인 9명에 포함… 유머 섞어 바이오산업 중요성 강조
  • ▲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배석했다. ⓒ청와대
    ▲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배석했다. ⓒ청와대

    지난 15일 열린 청와대 기업인 모임에서 문재인 대통령 가까이에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이 앉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경내 산책에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2019 기업인과의 대화'는 문 대통령이 경제계와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65분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대기업 대표 22명, 업종을 대표하는 중견 기업인 37명,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당 67명 등 총 13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박종현 유한양행 부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이 이날 '유일한 상' 시상식 일정으로 인해 불참했다.

    특히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이 문 대통령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배석해 이목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가 문 대통령의 바로 뒷줄에 자리한 것에 비해 꽤 눈에 띄는 위치다.

    이같은 자리 배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신산업과 신기술, 신제품에 더 많은 투자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혁신은 기업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며, 우리 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는 첨단IT, 바이오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 기업인들이 포진했다. 문 대통령의 바로 옆 자리인 왼쪽에는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창업자인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앉고, 권세창 사장과 같은 줄에는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이 자리 잡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일자리 창출에 바이오 업계가 활약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고용지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5년간(2009~2014년) 청년 고용 증가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제약 산업이 전 산업군에서 가장 높은 45.5%를 기록했다. 산업계 전체 일자리 중 정규직 비중이 무려 95%에 달해 '양질의 일자리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권 사장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안과 애로사항에 대해 주로 언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 1826억원을 투자한 제약사로서 R&D 지원책에 대해 건의했을 가능성도 높다.

  •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장 오른쪽) 등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장 오른쪽) 등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연합뉴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영빈관에서 본관과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걷는 청와대 경내 산책에 동행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산책한 기업인은 서 회장을 포함해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 총 9명이었다.

    서 회장은 산책을 하며 문 대통령에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서 회장은 "세계 바이오 시장이 1500조원인데 이 가운데 한국은 10조원 정도 밖에 못한다"며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 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큰 산업"이라며 "일본은 1년 예산의 30%를 이 분야에 쓴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서 회장은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며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한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내년 말 은퇴를 앞둔 서 회장의 과감한 발언에 내심 고마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특성상 초과 근무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오히려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산업의 특성에 따른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는 많은 부문에서 해야 하는 업무를 중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주 52시간제로 인해 초과 근무를 해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그런 산업 현장의 애로를 (서 회장이) 에둘러서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 회장은 곧 은퇴를 할 분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20년 말에 은퇴하겠다고 깜짝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의 후속 조치로 기업 활동 지원 방안에 관한 대규모 투자프로젝트 전담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또한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별 육성방안 수립·추진은 물론,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대대적으로 발굴해 조기에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