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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미분양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지방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미분양 적체와 아파트값 하락이 반복되는 시‧군‧구일수록 분양이나 신규수주 계획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분양 리스크가 보이지만 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지방 중견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크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국토연구원이 산정하는 '시·군·구별 미분양 주택 위험진단 지수'를 보면 '경고' 등급 지역이 지난해 5월 16곳에서 반년 만인 11월에는 19곳으로 늘어났다.
이 지수는 현재 미분양 주택 수를 최근 2년간 미분양 주택 최댓값에 대한 백분율로 산출한 값이다. 80 이상이면 경고, 60~80이면 '주의' 등급을 부여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활용하는 미분양 주택 수 기준과 동일하게 미분양 주택이 500호 이상인 시·군·구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주의 등급을 받은 지역은 같은 기간 9곳에서 7곳으로 줄었으나 경북 구미시, 충북 청주시 등이 오히려 경고 등급으로 상향되는 등 조정을 받은 탓으로, 숫자 변화가 의미가 없다.
미분양 주의·경고 등급을 받은 곳은 경기 지역의 경우 줄어드는 추세인데, 영남권에서는 경남에서 경북으로 북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5월 경기 김포시(100)와 안성시(61.8), 남양주시(61.2) 등이 미분양 경고를 받았으나, 11월에는 안성시만 68.7로 주의 등급에 머물렀다.
반면 영남권에서는 경남에서 경북으로 미분양이 확산되고 있다.
5월에는 경남에서 △창원시 100 △양산시 100 △거제시 93.0 △통영시 89.4 △김해시 80.8 △사천시 75.9 등 6곳이 주의·경고 등급으로 분류됐으나 11월에는 양산을 제외한 5곳으로 줄었다.
하지만 경북의 경우 ▲안동시 94.2 ▲포항시 85.6 ▲김천시 83.0 ▲구미시 72.3 ▲경주시 61.5 등 5곳에서 11월 경산시(100), 영천시(97.1)가 더해지면서 7곳으로 늘었다.
강원도의 경우 5월에는 동해시(92.0), 원주시(89.9), 강릉시(64.3)가 미분양 우려 지역으로 분류됐으나, 11월에는 강릉이 빠지는 대신 속초시(100)와 고성군(96.7)이 가세하면서 4곳으로 늘었다.
적체되는 미분양으로 집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은 2017년 10월 2주(-0.02%)부터 1월 2주(-0.08%)까지 15개월째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지방 아파트값은 3.09% 떨어져 감정원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주택 전체로 보면 지난해 지방 집값은 0.86% 내리면서 2004년 -1.62% 이후 14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특히 부·울·경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가팔랐다. 거제는 지난해 집값이 15.0% 급락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창원(-7.55%)과 울산(-6.87%)도 낙폭이 컸다. 부산의 경우 마이너스(-) 1.49%로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1년 넘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긴 마찬가지다. -
문제는 올해도 이 같은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하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1월 전국 전망치는 67.2로 4개월 연속 60선으로 집계됐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거나 진행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 판단하는 지표다. 주산연은 매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지역별 분양 실적 및 전망, 예상분양률, 분양마케팅 현황 등을 조사한다.
12월 HSSI 실적치 65.7은 11월 63.4 및 12월 66.3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분양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84.9와 세종 83.3만 80선을 기록했고 그 외 지역은 50~70선에 그쳤다.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분양 체감경기가 더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산연 관계자는 "새해에도 분양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서울과 세종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으나, 이들 지역 역시 기준선을 크게 밑돌아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1분기 예상 분양률도 68.9%로, 2017년 4분기 이후 약 1년 만에 60%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 권역은 대부분 60%대를 기록했으며 강원권의 경우 가장 낮은 54.3%로 조사됐다. 두 가구 중 한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을 것이라는 예상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분기별 예상 분양률이 70% 이상을 기록해 비교적 양호한 편에 속했다"며 "하지만 올 들어서는 건설사들이 시장 위축에 대한 깊은 우려로, 주택분양률이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사들도 이를 대비해 분양물량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신규 사업지로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지방 주택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사업계획을 줄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견건설사들은 악화된 지방 시장에 대한 대응이 더 시급해졌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방건설사일수록 사업을 다각화하기 어려워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경영진과 실무진 모두 미분양 발생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수도권 사업지는 최대한 계획에 맞춰 분양을 진행하겠지만, 지방은 분양일정을 추후로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남권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향토기업일수록 사정은 더 어렵다"며 "지방을 연고로 사업을 해왔는데, 연고지 사정이 나쁘다고 분양일정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만큼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 주택사업을 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미분양 해결은 가장 먼저 건설사의 노력이 우선이지만, 분양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정부도 책임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며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맞춤형으로 규제를 완화해주고 근본적으로 지역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거시적 경제 대책이 올해는 꼭 나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