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포장비 부과에 재료 구매해 직접 만드는 사람 늘었다
  • ▲ 서울 마포구 한 편의점에 진열된 발렌타인데이 제품. ⓒ임소현 기자
    ▲ 서울 마포구 한 편의점에 진열된 발렌타인데이 제품. ⓒ임소현 기자

    서울 중랑구에 사는 박수희씨(30)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3만2000원짜리 바구니 제품을 구매했다. 집에 와 남편과 포장을 풀어보니 바구니를 채우고 있는 것은 박음질도 제대로 돼있지 않은 곰인형과 각기 다른 초콜릿 제품 4개였다. 심지어 각기 다른 유통기한 중 가장 이른 것은 올해 8월30일까지였다. 1년을 거뜬히 넘기는 초콜릿의 유통기한 특성을 감안하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환불을 하겠다는 남편을 말리면서도 박씨는 어딘가 모르게 사기를 당한듯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제과업계의 연중 최대 성수기인 발렌타인데이(2월14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각종 시즌 제품들의 공격적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매년 제기됐던 과도한 포장비와 재고 끼워팔기, 유통기한 임박 제품 처리 등의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마포구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바구니 제품은 3만원 안팎이었다. 5만원에 가까운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초콜릿 제품은 3~7종에 불과했고, 이 마저도 유명 브랜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유명 브랜드 초콜릿제품을 놓고, 아래쪽과 뒤쪽에는 생소한 브랜드 제품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유통기한 역시 천차만별이었지만 14일 기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국내에 판매되는 초콜릿 제품의 대부분 유통기한은 1년~1년 6개월 가량이다.

    발렌타인데이는 관련 제품 판매 회사 입장에서는 연 매출 30~40%를 차지할 정도로 업계 성수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발렌타인데이를 앞둔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연초인 발렌타인데이 실적은 연간 전체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렌타인데이 시즌 제품들의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된 바 있다. 초콜릿 제품의 가격만을 두고 보면 제품 금액의 20~3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포장비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업계 사이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초콜릿 제품을 구매해 포장하는 경우가 더욱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대용량 초콜릿을 매대에 내어놓고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이 슈퍼마켓 옆에 위치한 생활용품·완구 전문점에는 들어서자마자 발렌타인데이 포장 전용 매대가 눈에 띄었다.

  • ▲ 서울 마포구 한 생활용품전문점에 마련된 발렌타인데이 포장 용품 관련 매대. ⓒ임소현 기자
    ▲ 서울 마포구 한 생활용품전문점에 마련된 발렌타인데이 포장 용품 관련 매대. ⓒ임소현 기자
    초콜릿을 만들기 위한 도구부터 포장을 위한 각종 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늘어져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김은혜(21)씨는 "남자친구한테 초콜릿을 주려고 하는데, 학생이어서 바구니 이런건 너무 비싼 것 같아 직접 만들고 포장하려고 한다"며 "초콜릿만 2만원어치 샀고 포장용품 지금 고른것만 하면 1만원정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구매했다고 말한 2만원 정도 되는 초콜릿은 비닐봉지를 꽉 채우고 있었다. 3만원 가량 되는 발렌타인데이 바구니에 들어있는 초콜릿과 비교하면 10배 정도 많아보였다.

    이처럼 발렌타인제품이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반대로 직접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DIY 키트 등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에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를 검색하면 2만원 안팎의 다양한 제품이 쏟아졌다.

    지난해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키트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최영아(28)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초콜릿 키트를 구매했고, 키트 설명서를 따라했더니 요리와 거리가 먼 나도 전문가처럼 예쁜 초콜릿이 손쉽게 탄생했다"며 "남자친구가 직접 만든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는데 당시 배송비까지 2만원 조금 넘었던 것 같다. 만족해서 또 초콜릿 키트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