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금산분리 원칙 따라 지주사 전환 2년 내에 효성캐피탈 정리해야오너 일가 지분 취득 유력하지만 인수 자금 부담…3자 매각도 가능성 있어
  • ▲ 조현준 효성 회장.ⓒ효성
    ▲ 조현준 효성 회장.ⓒ효성
    효성그룹이 효성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처분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조현준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효성캐피탈 지분을 취득하거나 제 3자 매각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지만,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효성그룹은 2년 내에 효성캐피탈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인 ㈜효성이 금융·보험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효성은 유상증자로 지주회사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사 전환 신청을 한 상태다. 앞서 효성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6월 1일자로 지주회사인 ㈜효성과 4개 사업회사로 분할했다.

    이제 남은 건 효성의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 처리다. ㈜효성은 현재 효성캐피탈의 지분 97.15%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주사 승인이 나는 시점부터 2년 유예기간 내에 효성캐피탈의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효성보다 앞서 지난 2017년 지주사 전환에 나선 롯데그룹도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 매각이 한창이다. 금융 계열사 정리에 최대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는 10월 유예 기간을 맞추기 위해서 올해 초부터 매각 작업에 나선 것이다.

    효성그룹도 효성캐피탈 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효성 관계자는 "아직까지 효성캐피탈 처리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지주사 승인이 나면, 2년의 유예 기간 동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효성캐피탈 처리 방안으로 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직접 취득해 개인 소유로 편입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방법으로 금융 계열사를 처리하게 되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지주사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그룹 입장에서 손해볼 것이 없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인수 자금이다. 조 회장은 이미 유상증자 과정에서 약 1267억원을 출자해 261만여주를 배정 받았다. 또 다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그룹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조 회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 3자 매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효성의 지주사 전환 발표 초기부터 효성캐피탈 매각 시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높은 차입금 비중이 감소될 것이란 분석이 많이 나왔다. 

    효성캐피탈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지주사 의존도가 높지 않은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다만, 업계에서는 효성캐피탈이 할부리스 금융 쪽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이익창출력이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은 지주사에서 직접적으로 영업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없다"며 "할부리스 금융쪽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은 2013년 이후 A-(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할부리스업계 내 경쟁심화와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주력부문인 리스부문의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 지난 2016년도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주요 원인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일단 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정리하게 되면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자금조달에 용이한 금융 쪽 포트폴리오가 사라질 수 있어 양면성이 있다"며 "각 회사마다 상황이 따르기 때문에 효성 역시 2년 동안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