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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등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늦춰졌지만 집집마다 빚 부담은 늘었다. 빚 부담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인데다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신용 잔액은 1년 전보다 83조8000억원(5.8%) 증가한 총 1534조6000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4년 2분기(5.7%) 이후 4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은 가계소득 증가율에 비해 여전히 높다. 지난 3~4년 동안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규모 자체가 커져서다.
이에 따라 가계의 빚 부담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는 1975만2000가구로, 가구당 부채는 7770만원으로 4.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당 부채는 2015년 6328만원으로 처음 6000만원대를 돌파했고 2016년 6962만원, 2017년 7431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한 후 8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주담대 증가세는 여전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494조265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0조569억원(6.5%) 증가했다.
게다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5%에 육박하고 있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시중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최고 4.88%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이 3.38∼4.88%, 신한은행 3.31∼4.66%, 우리은행 3.41∼4.41%, 농협은행 2.71∼4.33% 수준이다.
이는 코픽스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농협·신한·우리·SC제일·KEB하나·기업·국민·한국씨티 등 8개 은행이 예·적금이나 은행채 등을 통해 조달한 수신금리를 기반으로 산출되고 주담대의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주담대 차주들의 부담은 늘게 됐다. 특히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17주째 하락하는 등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다. 결국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 부담은 늘어 고통받은 '하우스푸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담대로, 이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과도 같다"며 "내 집이 있어도 10~20년 동안 하우스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집을 팔아야 하는데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