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영-한투-대신자산신탁' 등 3개사 예비인가2014년 11개사 당기순익 '1481억', 2017년 '5047억' 급증작년 상반기만 '2853억'… 전년 대비 17.6% 증가 '사상 최대'
  • ▲ 자료사진.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부동산신탁업계에 '메기'들이 들어왔다. 금융당국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탁업계에서는 거대 자본을 업고 진입한 '덩치 큰 메기'들과의 '혈투'를 우려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에 대해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결정했다.

    앞서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시장 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부동산신탁업 신규인가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진행한 예비인가 신청접수에 총 12개사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외부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이번 예비인가 3개사가 선정됐다.

    부동산신탁업은 금융사가 고객의 위탁을 받아 부동산을 대신 개발·관리해주고, 발생한 수익을 나눠 갖는 사업이다.

    종전 부동산신탁 시장은 '대형사'로 분류되는 금융지주 계열사 두 곳(KB부동산·하나자산신탁)과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대고 개발까지 하는 '차입형 신탁사' 네 곳(한국토지·한국자산·대한토지·코람코자산신탁), 나머지 중소형 5곳 등으로 구분됐다.

    이런 구도는 1991년 처음 제도가 도입된 이래 2009년 무궁화신탁, 코리아신탁의 신규인가 이후 10년간 유지됐다. 10년간 고착된 이 구도는 이번 신규인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업계 추산 결과 2014년 1481억원이었던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5047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순이익 2853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보다 17.6% 증가하며 상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11개사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이 한 곳도 없었을 정도다.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업의 이 같은 수익 증가가 소수 업체의 독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금융위 산하 금융 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도 부동산신탁업이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사업자를 한꺼번에 세 곳이나 늘린 것도 경쟁을 늘려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편익을 늘리겠다는 구상에서 나왔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가격과 서비스 측면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전통적 은행업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입함으로써 벌어지고 있는 '메기효과'와 유사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인가는 과거 10년 동안 신규 진입이 없었던 부동산신탁시장에 새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예비인가를 받은 3개사가 부동산신탁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곘다"고 밝혔다.

    3개 신규 신탁사가 실제 장밋빛 사업계획을 실현할 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장 진입 이후에는 적지 않은 파급력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일단 이들은 모두 증권사 계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영신탁은 신영증권·유진투자증권, 한투신탁은 한국투자금융지주, 대신신탁은 대신증권이다.

    증권사들은 자본금 투자는 물론 후순위 대출, 유동화, 지급보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사업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왔다. 여기에 부동산신탁업을 추가하면서 기업에서 원스톱 컨설팅이 가능해지고 시간과 금융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

    A투자증권 PF 관계자는 "증권사는 대부분 부동산개발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신용을 보강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며 "여기에 시행사와 함께 부지 매입부터 시공, 분양까지 아우르는 사업도 추진한 경험도 갖고 있어 부동산신탁업 고유 업무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시장 침체기에도 미분양 발생시 해당 아파트 등을 담보로 건설사의 대출을 상환해주는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과 같은 틈새상품을 개발, 수익을 낸 바 있다"며 "기존 업체에 비해 개발역량은 떨어지더라도 PF 역량과 여신 기능을 활용하면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저변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예비인가 3개사 주요 사업계획. ⓒ나이스신용평가
    ▲ 예비인가 3개사 주요 사업계획. ⓒ나이스신용평가

    문제는 호황을 누리던 부동산신탁시장이 한 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 분양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신규수주와 영업수익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토신의 수주는 184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6.9% 감소했으며 한자신의 수주는 1097억원으로 전년대비 반 토막 났다.

    시장이 꺾이는 반면 신규 진입이 늘면서 신탁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호황이 이어져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시장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경쟁자만 늘면 수익구조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B신탁 관계자는 "부동산시장과 신탁사 실적은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 경기가 꺾인 지금 신규 경쟁자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근심이 많다"고 말했다.

    C신탁 관계자는 "신탁사 신규인가로 기존 신탁사 인력이 신생업체에 팀 또는 본부 단위로 이탈하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며 "경쟁 심화가 불가피해 시장 규모가 커지지 않는 한 기존 신탁사의 영업성적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차입형 신탁 위주의 대형사들은 신규인가 여파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이들 3사에게 차입형 토지신탁을 본인가 2년 뒤부터 허용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리스크가 커 대형 신탁사 두 곳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이들 3개사 외에 금융지주들이 M&A를 통한 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신탁업계 지각변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과 농협금융만 신탁사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신탁사는 우리금융이 인수합병을 위해 논의 중인 국제자산신탁과 삼성생명, 교보증권이 50대 50 비율로 지분을 갖고 있는 생보부동산신탁이 있다.

    진원이앤씨는 지난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지만, 나머지 지분 50%를 보유한 교보생명이 지분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농협금융이 생보부동산신탁과 매각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생보부동산신탁 외에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신탁사는 국제신탁이다. 우리금융이 국제신탁 지분 50%+1주 인수를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이 국제신탁 인수전에 나설 경우 두 금융지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였지만, 신탁사들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은행과 연계될 경우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만큼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의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