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현대글로비스, 이사보수 한도 승인 '거부'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의결권 행사 방향 내주 발표
  •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를 도입한 이래 첫 정기주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기업들 내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러한 과도한 경영권 개입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0%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기업이나 국내 주식 자산군내 보유비중이 1%이상인 기업의 전체 주총안건 및 수탁자책임전문위서 결정한 안건에 대해 사전공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 12일 공개한 14일부터 20일까지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 23곳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살펴보면 반대의사를 표명한 곳이 11곳이나 된다. 

    11곳 중 6곳인 LG상사, 서흥,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LG하우시스, 풍산에 대해서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와 LG상사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이사수와 이사보수 한도의 증액은 없었다. 전년과 같은 상황인데 국민연금이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국민연금 측은 "전기 경영성과 대비 과다한 수준을 당기에도 유지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현대건설, 신세계, 농심, 서흥, 현대위아, 한미약품의 경우에는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사외이사들의 경력을 문제삼은 것이다. 

    현대위아의 사외이사로 추천된 안성훈 서울대 교수는 3년 간 현대위아 측과 거래내역이 없으나 국민연금은 '이해관계자'로 분류했다. 

    신세계가 법무법인 광장의 원정희 고문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것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864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이중에 반대는 539건에 그치면서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연이은 반대 선언이 기준이 모호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의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할 것"이라며 주주권 행사 강화를 주문한 것이 국민연금의 기류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도 내주께 공개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주주총회는 오는 27일로 예정돼 있다. 

    국민연금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배당 압박 역시 시장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주주총회서 저배당을 지적받은 10개 상장사 중 7개사는 전년대비 배당을 큰 폭으로 올렸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주당 80원에서 210원으로, 광주신세계는 주당 125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한 식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배당 압박, 이사선임 반대를 선제, 공개적으로 지속할 경우 버틸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반기업 정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이러한 기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