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주총서 표대결… 우호지분 확보 관건
-
국민연금이 27일로 예정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론 냈다.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이러한 결정에 따라 조 회장이 이사직을 사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6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약 5시간 논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수탁위는 당초 전날 대한항공의 정기주총 의결권 행사 방안을 심의, 결론짓기로 했으나 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이날 회의에서는 조 회장이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사내이사로서 의무를 다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30조에는 기업가치의 훼손 및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다.일부 수탁위원들은 조 회장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뒤에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기소 단계'에서도 반대가 가능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조 회장은 274억원대 배임,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데다 오너 일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씨의 폭언 논란까지 겹쳐 여론까지 좋지 못한 상황이다.앞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해 국민연금의 이러한 선택은 일찌감치 예고돼 왔다.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경제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선임안에 기권하면서 사실상 찬성표를 던진 만큼 조 회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릴 것이란 기대가 잠시 나오기도 했다.그러나 국민연금이 '반대'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대한항공의 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현재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은 33.35%로 의결권 기준, 우호지분 100%가 출석하더라도 약 34%의 찬성표가 추가로 필요하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11.56%를 보유하고 있다.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지분 약 25%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표심에 따라 연임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조 회장은 앞서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외의 한진그룹 계열사의 모든 임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배수진을 쳤다.한편 수탁자위는 27일로 예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며 반대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