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재심 내달로 연기 가능성 높아, 넉달째 판단 유보금감원-금융위 신중론 지속…방향잃고 사업취지 퇴색 우려
  • 금융감독원의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관련 징계 결정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초 금감원이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던 상황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금융위원회발 언급에 발끈했다가 최근 다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지만 확실한 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제재심 하루 전날인 27일 국회 업무보고가 잡혀 있기 때문으로 금감원 안팎에서는 다시 다음달로 미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첫 제재심과 올해 1월 10일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던 사안에 대해 지난 2월에 이어 이달까지도 제재심이 연기되면서 발행어음 1호 사업자 한국투자증권은 징계 아닌 징계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위와 화해의 제스쳐를 취한 상황에서 앞서 강경 입장에 대한 수습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대출 제재와 관련해 금융위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공식적으로 신중한 태도로 입장을 바꾼 시점이 지난 14일이다.

    당시 윤 원장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의 첫번째 주자로 시장 파급력이 큰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 문제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갈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보다 나은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또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제재심의위원회는 진행되고 있고, 발행어음 사업자에 대한 첫 제재 사례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현명하게 결정해야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이고 좋은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하며 결론이 유동적으로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한국투자증권의 적법과 위법 여부를 떠나 금융위와 금감원의 마찰이 한국투자증권 이슈로 번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고, 문제가 길어질수록 금융당국으로서의 공정성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한국투자증권과 잘못된 관행을 처음부터 용인하는 전례를 남길 수 없다는 금융감독원의 대치에 대한 부분은 이미 업계에 잘 알려진 부분"이라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정작 이 부분에 대한 제재 여부나 수위를 결정하는 제재심이 석 달째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 발행어음에 대한 판단이 길어질수록 업계 전반적으로도 혼란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제재에 대한 결론이 곧 시장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인데 수개월째 당국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 사업적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당장 고용노동부는 30조원에 달하는 자금 관리를 위한 주간운용사를 다음 주 결정하는데 한국투자증권은 28일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할 예정이다.

    위탁자금 규모가 크고, 최근 기금들이 자금을 여러 금융기관에 나눠서 주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상황에서 발행어음 제재에 발목을 잡힌 한투가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회사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발행어음 2호 사업자인 NH투자증권과 발행어음업 인가를 낙관하고 있는 KB증권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제재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징계를 받을 경우 최대 1년간 발행어음 판매가 중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어음 시장에 새 판도가 펼쳐질 수 있지만 향후 사업 추진에는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한투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이 날 경우 모험자본공급이라는 발행어음 사업 허가 취지에 어긋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안고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