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배당·이사선임 등을 놓고 서면표결 진행모든 안건, 현대차 제시한 원안대로 통과
  • ▲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 전경.ⓒ박성원 기자
    ▲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 전경.ⓒ박성원 기자

    현대자동차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금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놓고 벌인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완승했다. 주총을 앞두고 엘리엇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던 현대차는 해외 주요 자문사들이 사측에 힘을 실어주며, 손쉽게 승기를 잡았다.

    현대차는 22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2019년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재무재표, 현금배당,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선임 등이 상정됐다.

    이날 엘리엇 대표로 참석한 대리인은 "엘리엇은 현대차의 저조한 실적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 조치에 힘써 왔다"며 "이 자리는 엘리엇과 현대차가 대결하는 자리가 아니며, 현대차의 기업구조와 자본관리에 대해 주주들과 논의하는 자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엘리엇은 한국 투자자인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현대차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저희의 노력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엘리엇과 표대결서 압도적 승리

    엘리엇과의 표대결은 1-2호 안건인 기말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부터 시작됐다. 현대차는 이사회가 제시한 주당 현금배당 3000원과 엘리엇이 요구한 현금배당 2만1967원에 대한 서면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대차가 제시한 1-2-1호 '주당 현금배당 3000원'이 찬성률 86%, 의결권 있는 주식 총 수 대비 69.5%로 가결됐다. 

    순조롭게 통과되던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에서 또 한번 엘리엇과 충돌했다.

    현대차는 세계적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 오 前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경제학계 거버넌스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를 사외 이사로 제안했다.

    반면 엘리엇은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 등 3명 후보를 내세웠다. 

    본 안건에 대해 현대차는 3-1-1~3호를, 엘리엇은 3-1-4~6호를 제시하며 재차 서면표결이 진행됐다. 그 결과 현대차가 제시한 3-1-1~3호가 각각 찬성률 90.6%, 82.5%, 77.3%로 통과됐다.

    사내이사는 원안대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3명이 선임됐다.

    현대차는 주총 이후 열릴 이사회를 통해 정의선 부회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이 외에 재무재표,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이사 보수한도의 건도 현대차가 제시한 원안대로 통과됐다. 

  • ▲ 주총서 인사말하는 이원희 현대차 사장.ⓒ박성원 기자
    ▲ 주총서 인사말하는 이원희 현대차 사장.ⓒ박성원 기자
    ◇ 이원희 현대차 사장 "올해 8개종 신차 출시, 판매 회복 주력"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원희 현대차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외부환경 변화 속에 회사는 올 한해 핵심시장에  대한 실적 회복, 완성차 및 미래 사업에 대한 경쟁력 재구축, 그리고 속도와 실행력을 제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한 5가지 중점 추진 전략을 소개했다. ▲성공적 신차 런칭, ▲전사적 원가혁신 활동, ▲신규 파워트레인/플랫폼 체제 조기 안정화, ▲조직 경쟁력 재구축, ▲미래사업에 대한 실행력 강화 등으로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김 사장은 "올해 당사는 역대 최다인 여덟 종의 신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쏘나타, 제네시스 G80, 브라질 HB20 후속 등 주력 볼륨모델 및 현지 특화차종과 더불어, 소형 SUV 신차 출시를 통해 SUV 풀라인업 구축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원가구조 혁신을 위하여 표준화/공용화율을 제고할 것"이라며 "신공법 적용을 활용한 생산성 개선을 통한 판매비 절감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주총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사측이 제시한 현금배당 등 주요 안건에 딴지를 걸며, 일찌감치 표대결이 예상됐다.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통해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배당금 총액은 5조8000억원으로, 현대차가 제시한 주당 배당금 3000원의 7배가 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엘리엇은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투명경영위원회 설치와 존 리우·랜달 랜디 맥귄·마가렛 페그 빌슨 등 3명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엘리엇의 이같은 요구에도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불리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현금배당을 비롯한 현대차의 대부분 안건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은 현대차의 완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에 일찌감치 힘이 실렸다.
  • ▲ 엘리엇 대표자격으로 참석한 주주.ⓒ박성원 기자
    ▲ 엘리엇 대표자격으로 참석한 주주.ⓒ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