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외부인사로 임원진 구축… 경영정상화 과제 산적
  • ▲ 현대상선의 13,1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드림'호. ⓒ현대상선
    ▲ 현대상선의 13,1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드림'호. ⓒ현대상선
    현대상선에 외부인사가 대거 투입되면서 고강도 혁신을 위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배재훈 신임 대표이사와 박진기 컨테이너사업총괄 전무를 앞세운 새 경영진 체제로 현대상선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상선은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사내이사에는 배 전 사장을 포함해 박진기 전 한진해운 상무가 새롭게 합류한다. 유창근 사장과 김수호 컨테이너사업총괄 전무, 김만태 전략관리총괄 전무는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다.

    기존 사내이사가 모두 외부 인사로 물갈이 되는 것. 이는 산업은행이 지난해부터 현대상선 경영진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해 온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강도 혁신을 위한 조치로 경영진을 큰 폭으로 교체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배 신임 대표이사가 현대상선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박 전무가 컨테이너 영업 등 실무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 전 대표는 대형물류회사 CEO를 6년간 역임한 물류 전문가로 영업 협상력과 글로벌 경영 역량, 조직관리 능력 등을 겸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해운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으로 꼽힌다.

    박 전무는 한진해운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이후 일본의 3대 해운사 합병으로 탄생한 ONE에서 영업담당을 맡는 등 폭넓은 업계 경험을 갖고 있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을 다시 찾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외이사도 대거 교체된다. 전준수 해양대 석좌교수와 황영섭 AON BGN 상임고문, 전석홍 오토비스코리아 대표 등 3명은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신 윤민현 전 장금상선 상임고문과 송요익 전 현대상선 컨테이너 부문 총괄부문장을 영입했다.

    기존 멤버 중에는 김규복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만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된다. 이로써 현대상선 이사회 가운데 김 고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 인물로 채워졌다. 이사회 규모도 사외이사 1명이 줄어 기존 7명에서 6명으로 달라졌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현대상선에 고강도 경영혁신을 요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상선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고, 혁신 마인드가 실종됐다"며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시킬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3개월 만에 유창근 대표이사가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경영진이 모두 물갈이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외부 수혈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기대되지만, 해운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우선, 가장 급선무인 건 경영정상화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 5조222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576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에 공적 자금 2조원 가량이 투입됐으나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또 다른 과제도 있다. 오는 2020년 3월이면 현재 협력하고 있는 2M과의 협력관계가 종료되는 만큼, 계약을 연장하든지 새 얼라이언스를 구해야 한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여전한 상황이라 해운업은 동맹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2M과의 협력관계가 끝난 뒤 새 동맹을 찾지 못한다면 현대상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